계절 중에서 가장 해가 긴 극치의 6월입니다.
늘 태양에 굶주린 이곳 아이리쉬들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여름(6월)을 기다리는 희망을 갖고 살아갈 정도로 6월은 계절의 여왕인데요, 그 6월 한달 중 가장 해가 긴 날이 며칠 전 6월 21일이었으니 이제 다시 해가 짧아지는 일만 남아버렸어요. 그 세계적으로 대단한 잔치 날인 크리스마스라는 것도 결국은 따지고 보면 해의 부활을 축제하는 일인데요, 다 아는 얘기이겠지만 간단히 말해 이 크리스마스의 기원은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12월 21일은 낮이 가장 짧은 날이고 그 후로 3일이 지난 4일째인 25일은 낮이 다시 조금씩 길어지며 해가 부활하기 시작했다해서 잔치를 벌였다고 하네요.
하여간 해가 가장 길었던 며칠 전 역시 그리 좋은 날씨는 아니어서 긴 낮을 긴 낮같지 않게 아쉽게 보내버렸는데요, 재수가 좋은 날이면 밤 10시 30분까지도 넉넉히 환한 대낮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곳 여름은 낮이 길답니다. 몇 년 전 아일랜드에 촬영 왔었던 한국인 카메라맨 한 분의 말을 표현하자면 "웬놈의 나라가 밤 12시까지 훤한지 첨 봤네" 하시더라고요. 같이 오신 김 청(TV배우)씨는 그때가 6월이었는데도 추워서 히터 옆을 떠나질 못했었던 기억도 나고요. 김 청씨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한국에 오면 자기한테 꼭 연락하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연락 안 했어요. 왜냐면 한국에 갔을 때 TV에서 무슨 사극 연속극인걸로 기억하는데 거기서 김 청씨의 연기를 보게 되었어요. (한국에는 왠 연속극이 그리도 많습니까) 하필이면 내가 잠깐 본 장면 중에 "요 발칙한 년, 어서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하더니 "저년의 주리를 틀어라" 표독스럽게 그러잖아요. 나 너무 무서워서 연락 못했어요.
전에도 말했듯이 이곳 날씨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리만큼 이상 기온 이어서 익숙해지기가 좀 시간이 걸려요. 물론 사계절이 있긴 있지만 한국처럼 뚜렷하지는 않아요. 여름이나 겨울이나 거의 비슷한 날씨에 온도 차이만 조금 있을 뿐이죠. 여름이라고 해도 하늘은 대개 회색빛 구름에 가려있고, 하지만 아일랜드 하늘에도 해가 있긴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며 약을 올리고 들어가면 소나기가 한바탕, 그것도 양이 안차면 이번에는 우박이 한차례 퍼붓기도 하지요. 우박이 쏟아진 때는 지난 5월이었으니 하긴 한국 속담에도 "오뉴월에 설 늙은이 얼어죽는다." 는 말이 있는걸 보면 오월에 우박 쏟아지는 게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여름이라고 해서 그렇게 덥지도 않고 겨울이라고 해서 그렇게 춥지도 않은 날씨인데 여름 역시 바람이 많고 하늘은 늘 구름에 가려있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해가 가장 많이 비취는 때가 여름이긴 하지요. 아무리 해가 많이 비취는 계절이라고 해도 한국인들이 이곳에 처음 오면 추워서 몸서리치는 건 아무래도 아틸란틱의 차가운 습풍(濕風) 때문인 것 같아요. 겨울이어도 이곳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은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유는 역시 잔뜩 낀 구름이 보온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기도 해요. 온도는 낮지 않아도 습도가 많아서 추위도 그냥 추위가 아닌 뼈를 스며드는 그런 것이에요. 그런 대다가 이 사람들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면 얼마나 춥다고 엄살을 부리는지 말도 못해요. 영하로 떨어
진 날씨는 대기 중의 습도가 얼어붙으니 오히려 상쾌해져 나는 그런 날을 좋아하지요. 이런 촉촉한 날씨 때문에 이곳에는 류마티즘이나 관절염에 걸린 사람들이 꽤 많아요. 나 역시 젊은 나이(産後)에 무릎 관절염이 있어 이렇게 컴퓨터 앞에서 글을 찍어내면서도 내 무릎 위에는 밤이면 항상 담요 한 장이 올려져 있어요.
이제 낮이 가장 긴 6월을 며칠 남기고 오늘은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달력을 넘기기 전 아름다운 6월의 아일랜드를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차 말하지만 6월의 가장 큰 장점은 해가 길다는 것인데요 그 말은 하루를 길게 살 수 있다는 뜻과 상통하는 건 물론 자연의 극치를 볼 수 있어서 또한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해요.
반대로 11월부터 근 3월까지는 대낮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안 가게 구름이 재대로 걷히는 날이 없고 비바람까지 불어대서 긴 겨울이면 날씨를 원인으로 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으니 당연 여름이 귀대 받을 수 밖예요. 아까도 말했듯이 물론 여름이라고 해서 좋은 날씨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름이니까요.
오죽하면 날씨 때문에 영국이 아일랜드를 포기했다는 말이 나왔겠어요. 그러고 보면 잘된 일이긴 하지만. 하튼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구름이 있음으로 해서 태양의 고마움을 알 수 있듯 이곳에 다녀간 사람들은 한국의 뜨겁게 내리쬐는 6월의 태양을 고마워 할 줄 알게 될 거예요.
6월부터는 우리 집 정원에 잉그릿드 버그만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어서 또한 아름다움을 한 층 더해 주기도 해요.
잉그릿드 버그만 아시죠? '카사 블랑카' 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 나왔던 헐리우드의 여배우.
잉그릿드는 완벽에 가까울 만큼 아름다움을 갖추었는데 그 중에서도 그녀의 도톰한 입술은 정말 탐스러웠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잉그릿드의 우아한 모습에 비한 장미 이름이 바로 '잉그릿드 버그만' 이예요.
장미꽃 종류는 수백 수천 가지나 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데 우리 집에 있는 장미만 해도 근 10여종에 가까워요. 그 중에서도 잉그릿드 버그만은 다른 장미들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가장 아름답고 탐스러워요. 어떤 장미는 잎이 겨우 5장인데 비해 잉그릿드는 40에서 근 50장까지 되는 것도 있어요. 크기도 어린 아기 얼굴 크기만 하고 색깔은 여배우의 입술처럼 진한 붉은 색에 향기는 또 얼마나 진하게 나는지 머리가 아찔할 정도예요.
개인적으로 난 장미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아름다움은 인정하지요. 대단히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가시가 너무나 많이 돋쳐버려 여간 조심스럽지 않은 꽃, 나처럼 그저 수수한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왠지 친숙해 지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져요.
하튼 장미가, 특히 잉그릿드 버그만이나 다이아나(레이디 다이아나의 죽음 이후에 그 이름을 따서 새롭게 탄생한 장미꽃) 같은 꽃이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건 자기만의 독특한 꽃과 향기로 최선을 다해 피워내는 꽃들에 대한 실례의 말이라고 생각해요.
잎이 다섯 개뿐인 넝쿨 장미는 한 그루에 수십 개의 꽃들이 피고 지지만 잉그릿드는 겨우 대여섯 개의 꽃송이를 기본으로 해서 지고 피고 하지요. 하지만 그 황홀하리만큼 매혹적인 꽃송이는 일반 장미의 수십 개의 역할을 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아름답지요.
늦잠 자는 토요일이면 느지막이 일어난 데이빗은 옷을 갈아입고 맨 먼저 정원을 둘러보는 게 취미이고 습관이에요. 그리고 아침 식사(쏘세지, 베이컨, 계란후라이, 토스트 그리고 홍차)가 준비되면 잉그릿드 버그만을 꺾어와서는 내게 내밀곤 하는데 매주 토요일이면 잉그릿드 버그만은 작은 유리병에 꽂혀 식탁에 놓여지고는 해요.
6월은 또 잉그릿드 버그만 뿐만이 아니라 온갖 꽃들이 제각기 자기만의 모양과 빛을 내며 만발하는 계절이어서 또한 그만이예요. 라벤더의 보라색 꽃과 향기, 페튜니아의 다양한 색의 꽃잎, 판지의 화사한 원색, 남아프리카 데이지의 산뜻하고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띠는 소박한 꽃들 그 외에도 라즈베리(Raspberry), 구즈베리(Gooseberry), 레드베리(Redberry), 스트로우베리(Strawberry), 블랙베리(Blackberry), 블루베리(Blueberry), 로근베리(Loganberry), 체리(Cherry), 블랙커렌(Blackcurrent)들이 성숙하게 열매 맺어가고 그로 인해 이때부터는 새들과 싸움이 시작되기도 하는 계절이지요. 자칫하다간 새들이 열매를 다 따먹어 버려 남는 게 없거든요. 어제는 새들이
도둑질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망을 쳐 놨더니 그동안 새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푸덕거리고 있어서 꺼내 주었어요. 한 마디로 현장에서 잡힌 거죠. 이 새는 Black Bird라고 하는데 얼마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잘 하는지 가끔씩 저녁이면 이 새 소리를 한참씩이나 듣다가 들어오기도 해요. 나는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집시 킹'의 끈적이면서도 라틴음악만이 가지는 독특한 흥에서부터 모자르트의 레크리움(Requiem)이나 특히 헨델의 하프 협주곡, 민 혜경까지 음악이라면 거의 다 좋아해요. 하지만 새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만큼 가장 자연스럽게 와 닿는 노래도 없어요. 그렇게 아름다운 새 소리(까마귀 빼고, 하지만 까마귀는 새들 중에서 가장 영리한 새)를 우리 조상들은 운다고 표현했으니 우리 역사는 정말 비애의 역사였나 봐요.
또 여름이면 긴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해야겠군요. 나와 함께 해안 절벽이나 오솔길 산책을 가끔씩 나가는 우리 집 밑에 사는 메리(데이빗 여동생)는 가끔씩 저녁 식사가 끝나고 나면 산책하자고 우리 집 문을 두드려요.
메리는 이렇게 시골에서 살면서 시골 환경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보다 두 살 위인 35의 여자예요. 언젠가 한국말 중에 '언니'라는 말을 설명하면서 "나는 너의 오빠와 결혼했으니까 나한테 '올케 언니'라고 불러야 해" 했더니 "오올케 운니?"하고 부르기도 하고 그래요.
메리는 동물을 끔찍이 사랑하는 나머지 채식주의자로 머문 지가 17년인가 됐어요. 다시 말해 육식이나 생선은 전혀 먹지 않고 야채만 먹어요. 이곳에는
채식주의자(Vegetarian)가 심심찮게 있어요. 다들 동물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 주장은 "우리가 동물 중에 가장 힘이 세다는 이유로 다른 동물들을 죽인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예요. 난 그 말에 꼭 동감하지는 않지만 굳이 맞서 의견 대립하고 하지는 않아요. 먹기 싫어서 안 먹는다는데 굳이 먹어도 되느니 안 되느니 따질 것 뭐 있겠어요?
"한국 사람들은 여름이면 몸보신하느라 개도 잡아먹는다" 는 걸 메리도 잘 알지만 특별히 미개인 취급하지는 않아요. 소 키워서 잡아먹고 돼지 키워서 잡아먹고 개 키워서 잡아먹는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나를 봐서인지 소 먹는 사람이나 개 먹는 사람이나 다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요. 서양 사람들한테는 개를 먹는 한국인들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혹시 여행 중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절대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왜 개를
먹어도 되는지 소신껏 얘기하세요. (그렇다고 우리는 개를 잡아먹습니다 라고 광고 할 필요는 없어요) 그 사람들이 이해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그렇게 당당
하게 말함으로써 함부로 당신 한국인을 미개인 취급하거나 대하지는 않을 거예요.
솔직히 말해 아무리 당당 하려고 해도 개를 먹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그 도살하는 과정만큼에서는 아무런 변명을 할 수가 없어요. (개 안먹고 살면 안되나......? 소도 있고 돼지도 있고 닭도 있는데)
그러거나 저러거나 개 이야기(소리) 그만하고 며칠 전 메리와 산책을 갔었어요.
길거리에 피어있는 아이리스 꽃들도 지나치고, 꽃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민망하게 생긴 껑충한 모습의 호그위드(Hog Weed) 결코 아름다운 모양새는 아니지만 여름을 상징할 정도로 온 길가를 누비고 있고 또한 이쁜 꽃,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며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노랗고 길쭉한 허니 썩클 (Honey Suckle)의 향을 맡으며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위로 위로 올라갔어요. 중간 중간마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우리 둘 다 탄성 했지요. 밑으로는 진초록의 목초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는 젖소 떼들과 양떼들이 보이고 그 맨 아래로는 푸른 바다가 오후의 태양 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거든요. 우리 집에서도 늘 볼 수 있는 경치이긴 하지만 지대가 높으니 훨씬 더 넓고 크게 보이는 거예요. 길 양옆으로는 떨기나무들과 덤불 숲(Bush)들이 길게 자라있고 대부분 낮게 꽂힌 위험 표지판들은 풀숲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가 않아요.
난 이런 시골길을 특히 여름이면 무척이나 좋아해요. 유니폼처럼 단장돼 있지 않고 들꽃들과 잡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는 동화 속의 엘리스가 토끼를 쫓아가는 것 같은 상상을 할 수 있는 시골길, 그 뒤로는 융단처럼 펼쳐있는 초원 위의 희고 까만 점(얼룩 젖소와 양떼)들의 살아있는 무늬들.
시골에서 사는 우리는 자연스러움을 좋아해서 산울타리(hedge)도 맘대로 자라나는 것을 일부러 심었고 자로 대고 깎아 놓은 것처럼 반듯한 유니폼 울타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물며 인적이 드문 시골길은 더구나 사람 손이 제대로 가지 않은 곳이 많아요. 워낙 길이 구불구불하고 교차로나 샛길도 많아서 운전할 때는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에요. 카운티 카운슬(County Council.주 의회)에서는 여름이면 위험한 코너마다 풀 깎는 일이 또한 큰 몫을 차지할 정도로 깎아대기도 하지요.
또 한가지, 여름이면 정신까지 맑아오는 것 같은 상쾌한 아일랜드의 아침 공기도 말해야겠군요.
난 좀 게으른 사람이어서 침대를 참 좋아해요. 데이빗이 내 별명을 Sleeping Beauty(잠자는 공주)라고 붙일 정도로 잠이 많아요. 말이 그렇지 Beauty하고는 별 관계가 없는 잠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이렇게 아침잠이 많은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기분이 상쾌해 졌다는 일은 뭇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왜?"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상한 일이지요.
지금에서야 문득 생각나는데 내가 아직 한국에 살고 있었을 때 TV 프로그램 중에 "상쾌한 아침입니다"라는 프로가 방송된 적이 있었어요. 나는 그 프로그램 제목에 동감해 보기는커녕 아침을 죽어라 싫어했고 당연 새벽은 더 했어요. 아침이면 우선 일어나기 힘들어 죽을 맛에 겨우 일어나 버스로 출근길에 오르면 그 콩나물 시루같이 메어터지는 데서 부대끼다 회사에 도착하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얼마나 기운이 쪽 빠지던지 어떻게 상쾌한 아침입니다 라는 말에 동의할 수 있었겠어요? 그래서 그 프로가 얼마나 꼴 보기 싫었는지 몰라요. (한 겨울이면 아침부터 추워서 벌벌 떨며 회사 출근하는 사람들 붙잡고 "상쾌한 아침입니다" 하면서 리포터는 이상한 거나 물어보는가 하면....)
하튼 그랬던 내가 요즘 들어 6월의 아침을 얼마나 신선하게 들이마시면서 "상쾌한 아침입니다"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는지 처지(환경)가 달라지니 정말 모든 게 달라 보이네요.
그 처지가 어떤 처지냐 하면.
우리 집은 차가 한 대 뿐이어서(보통 두 대인 집이 많으니까) 주미 유치원을 보내려면 데이빗을 회사에 바래다주고 다시 집에 와서 주미를 유치원까지 데려다 줘야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주미를 일주일에 세 번을 보내는데 그 때마다 아침부터 졸린 눈을 부비며 데이빗이 운전하는 옆에 겨우 몸만 앉히고 앞만 바라보다 신선한 공기로부터 서서히 깨기 시작하는 거예요. 푸드덕대는 새들, 어린 토끼가 가끔씩 길을 건너는 모습을 보거나 멀리서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여우의 모습 등은 언제 봐도 지겹지 않은 광경들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내 기분을 신선하게 만드는 것은 아침만이 가지고 있는 상쾌한 공기예요.
온갖 들꽃들과 잡풀들이 아침과 함께 깨어나서 길게 하품을 하며 내 뿜는 입 향기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집에서 시내에 있는 회사까지 가는 길 양쪽으로는 사방으로 칸칸이 둘러쳐진 초원 그 위의 젖소 떼들을 바라보며 지나 가야하는데 그러다 고속도로로 진입해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초지를 볼 수 있어요. 언덕으로 된 목초지 중앙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고 그 주위로 양떼들이 흩어져 풀을 뜯는 모습들은 언제 봐도 참 평화로워 보여요. (우리 한국의 고속도로를 생각하면 안돼요. 여긴 겨우 왕복 2차선 도로이니까) 고속도로를 2-3분 달리다 빠져 나오면 다시 시골의 농가들을 볼 수 있어요. 어떤 집은 집 마당 잔디에 돼지를 풀어놓고 키우는 집도 있고 어떤 집은 까만
개가 항상 문 옆에 늘어져 있는 모습도 보이고 그러다 드디어 공업단지에 도착하면 내가 이번에는 운전석에 앉아야 하니 이제 완전히 잠에서 화들짝 깬 상태지요. 운전을 하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 때는 신선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요. 아직 초보 운전이어서 운전하는데 바짝 신경 쓰다보니 한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어요. 하지만 집에 도착하고 뒷좌석의 새끼들도 풀어놓고 마당에서 냅다 들이마셔보는 그 상쾌한 아침 공기는 나를 정말 기분 좋게 만들어요. 정원을 이리저리 배회하며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오늘은 상추랑 아욱이 먹을 만큼 자라 있는지도 관찰하며 나의 여름 아침은 시작되는 거예요.
주미 유치원 학교는 던모어(Dunmore)에 있는데 작은 어촌 던모어의 아침 경치는 상쾌함뿐만 아니라 조용함과 동시에 생동감도 있어서 또한 괜스레 나를 설레게 만들어요. 유치원이 있는 언덕배기를 내려오면서 내려다보이는 짙은 녹색의 잔잔한 바다, 그리고 육지와 바다가 맞부딪쳐 경계를 잇고있는 코스트(Coast)와 절벽(Cliff), 그 위의 녹색 초원, 그리고 초가집들. 또한 어촌에서만 볼 수 있는 항구에 정박된 고기잡이배들과 쎄일링 보트.
가끔씩 나는 우체국에 들를 일이 있어서 길가에 주차한 다음 우체국 문이 열릴 때까지 그 앞에서 서성대기도 하는데 원래 9시 업무 시작이지만 매일 10분도 늦고 20분도 늦고 만사 태평이지요. 이 시골 우체국은 할머니 혼자서 업무를 보는데 내가 죠슈아의 손을 잡고 들어가면 기다렸다는 듯 큰 소리로 인사를 해요. "Good Morning" 나도 "굿 모닝" 할머니는 또 "It is a Beautiful Day, isn't it?"
나도 "Yes Indeed, Absolutely Gorgeous"
할머니는 한마디 더 "I wish we could have a day like this everyday"
나도 장단 맞춰 "Oh Yes, Wouldn't it be lovely."
이런 대화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말들이에요. (나중에 써먹으려면 적으세요. 비 오는 날 써먹지 말고)
우체국에서 나오면 길가에 놓인 화분들에게 물을 주고 있는 우리나라로 치면 공공 근로자 아줌마를 만날 수 있어요. 또 "굿 모닝" 나도 "굿 모닝",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도 "굿 모닝", 우유 배달 아저씨한테도 "Lovely day isn't it?" 아저씨도 "Isn't it just beautiful" .
집에 오는 길은 왔던 길과 달리 바다가 보이는 길을 택해 오지요. 가끔씩 이 한적한 시골길에 교통이 막힐 때도 있어요. 놀란 토끼가 차 소리에 깜짝 놀라 길 중앙을 안간힘을 써서 달릴 때는 나도 속력을 줄여야 하고요. 아니면 젖소들이 집으로 혹은 다른 풀밭으로 이동하느라 길을 메우고 갈 때는 젖소들이 사라질 때까지 나도 엉금엉금 따라가야 해요. 앞에서는 연신 주욱주욱 설사를 해 대는 바람에 차바퀴는 온통 소똥(Dung) 범벅이 되기도 하고요. 어떤 때는 밤사이에 차에 치어 죽은 고슴도치나 여우가 가끔씩 보이기도 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바닷가 어디를 가나 경관이 아까울 정도로 조용하다못해 적막할 지경인 아일랜드의 자연. 이곳에 나를 찾아온 한국인들의 생각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그 하나가 "이렇게 적막한 곳에서 어떻게 살아요? 시장 보러 어디로 나갈 수나 있나요?."
또 하나는 "경치 좋은 곳에서 사네요. 좋겠어요"
그러니 녹색 빛깔의 조용한 아일랜드가 살기에 괜찮은 나라인지 아닌지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요?
예를 들어 아일랜드를 다녀온 사람의 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은 소감을 적은 기행문도 있었는데 참고로 말해봐도 괜찮을 것 같군요.
그 분 말에 의하면 "아일랜드는 우리나라 옛날 시골처럼 개발이 안돼서 후지다. 옆 나라 영국의 생활 기반 시설이 완비되었고 도로변 나무 하나도 전문 조경인에 의해 손질된 것에 비하면 아일랜드는 영국보다 뒤떨어진다" 라는 식의 글을 보았어요. 내가 아일랜드를 보는 관점과는 정 반대인 듯한 무슨 대학 교수라는 분이셨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후지다 라는 속된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일랜드 뿐 만 아니라 어떤 것을 두고든 그런 표현은 좀 그러네요. 厚志(두터운 정)라는 뜻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앞뒤 문장으로 봐서는 그런 것 같지는 않았고) 그분은 깨끗이 사람 손에 의해 잘 정리 정돈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 같아요. 또한 그분은 아이리쉬에 대한 감정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던데 어느 유명한 문예인의 유적지를 물어물어 찾고 있는 중 알고 있는 현지인을 못 만나자 아일랜드는 똑똑한 사람들은 해외로 빠지고 멍청한 사람들만 남았는지 한심하다 라는 표현으로 아일랜드를 다녀온 소감을 쓰셨더군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렇게 자신의 취향에 따라 혹은 경험에 의해 보는 눈이 다르니 같은 자연을 보고도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네요. 다만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에 대한 소견을 말하기에는 적어도 그곳에서 3년은 살아보고 나서 그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
수 있는 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물론 첫 인상이라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요. 한 나라를 단 며칠 여행하고 눈에 비친 아주 작은 단면들만 보고서 소감을 말한다는 건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어요. 특히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 저 나라를 비교 평가하려고 여행을 한다기보다는 그 나라마다의 특색을 보고 느끼고 즐기려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때문에 그래서 이곳 아일랜드에는 문명국 중에 문명국인 미국인들이 아주 많이 여행해요. 그 말은 역시 이곳은 그만큼 문명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말 이예요. 미국은 도로가 24차선이나 되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왕복 4차선을 넘는 곳조차도 아주 드물고 6차선도(우와) 있긴 있는데 더블린 국제공항 가는 길 10여 킬로미터가 전부일 정도예요. 우스갯소리로 그 외는 왕복 1.5차선이라고나 할까요.
아일랜드의 주식 시장을 보면 얼마나 규모가 작은지 웃음이 나올 정도이고 뉴스도 어느 회사가 문 닫아서 10여명 정도가 직장을 잃게 됐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나오거든요. 참 재미있는 나라예요.
가끔 내게 메일을 보내오는 사람들의 요청에 의한 그들을 위한 아일랜드가 어떤 곳인지 희미하게나마 이곳을 다시 한번 스케치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나의 주관적인 것이긴 하지만요. 나는 이곳에서 8년을 살았으니 그래도 다는 아닐 지라도 조금은 말할 입장이 되지 않겠나 하는 조심스러움과 함께요.
내가 생각하는 아일랜드는 녹색의 나라이고, 서정적이고, 조용하고, 비가 많은 나라이고, 사람들은 친절하고, 젖소들과 양떼들은 사람 인구 보다 많기도 하고, 술과 구수한 농담을 좋아하고, 바다를 언제든지 볼 수 있고, 여유가 있고, 검소하고 실질적이고, 하지만 가난한 사람 도와주는 데는 아까워하지 않는 정이 많고, 건전하고, 세금이 많고, 그래서 세금 불평 날씨 불평하길 좋아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국가에 손해 배상해 달라고 억지쓰는 사람도 있고, 군대(지원)갔다 온 사람이 군대라는 환경에 우울증이 걸렸다고 법정에서 승소한 웃기는 나라이기도하고, 범죄 형벌이 가벼운 나라이고,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고 건방진 사람들을 무지 싫어하고 등 이예요. 물론 겸손한 사람 좋아하는 건 당연하지만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대단한 자신감에 차 있다못해 어찌 보면 오만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곳 아일랜드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이곳에선 제
아무리 똑똑하고 요샛말로 잘 나가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사람 됨됨이가 틀렸으면 무지 싫어하지요. 그래서 보통 대화 중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할 때에는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교육, 재산을 논하기보다는 됨됨이부터 말해요. 이곳 사람들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이야" 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그 말뜻은 겸손하고 정이 있는 사람에 중점을 두었다는 말이지요. 물론 착한 사람들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요.
더블린 사창가에 창녀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여자들을 상품화시켜서 술을 파는 데는 없고 불법이긴 하지만 있어도 장사가 안되고,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혼이 법으로 금지된 정통 카톨릭 국가이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EU 가입국으로서 다른 EU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국민 선거에 의한 이혼법이 통과되었지만) 당연 낙태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부득이한 경우 낙태 수술은 영국으로 건너가서 하지요. 역시 불법이지만) 사회보장제도가 참 잘 돼있어서 미망인이나 노인들은 물론 장애자 미혼모까지도 국가에서 보조해 주고 아이 수에 따라 양육비가 16세까지 매달 나오고 그런 이유로 세금이 엄청 많은 나라이기도 하지요. 자기가 낳은 자식도 있으면서 굳이 양자를 들이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인한 심한 지체 불구자들을 입양해서 키우는 사람들도 가끔씩 볼 수 있는데 난 그런 사람들을 무척 존경해요.
존경한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경이로운 일을 남이 해내고 있을 때 말할 수 있는 것이니 나는 당연 그런 일은 꿈도 못 꾸거든요. 사지가 멀쩡한 내 자식들만 가지고도 속 터지는 일이 많은데 하물며....
또한 인구 4백만을 넘지 못하는 아일랜드는 약 5년 전부터 캘틱 타이거(Celtic Tiger) 라는 강령이 힘을 발휘하면서 그 구호대로 유럽에서는 현재 가장 경제 부흥이 활발히 일어나는 나라이기도 하구요. 여기서 잠깐 캘틱 타이거가 뭐냐면 간단히 말해 타이거는 아시아의 성공적인 경제 부흥을 총칭한 말이니 캘트족(Ireland, Wales, Scotland)인 아이리쉬의 경제 부흥이라는 말은 곧 아시아처럼 경제 부흥을 일으킨다 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이러닉하게 인플레이션은 유럽에서 가장 심한 나라이기도 하고, 요즘 들어 부동산 값이 엄청나게 뛰고 있기도 하고, 북 아일랜드의 분쟁 때문에 늘 근심거리를 안고 있는 나라이기도 해요.
근래에 하나씩 드러나는 정치인들의 비리를 캐내며 거기에 따른 수상이나 그 외 정치인들을 풍자한 라디오나 TV프로는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들기도 하는 언론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기도 하구요.
이곳 정치인 풍자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시죠?
한 예로 얼마 전 커다란 쇼핑센터 건물 허가를 놓고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고받은 사실이 나중에 옥신각신 말이 많았더랬어요. 그 사건에 현재 아일랜드 수상 버티 어헌(Bertie Ahern)에게도 미디어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약간 비추었는데 물론 버티는 그 날 당장 자신은 청렴결백한 사람이라고 못을 힘껏 박아두었어요. "나는 곧고 정직한 사람이다" 라고 하면서 "나는 그 누구한테도 페니(A Penny 일원) 한 개 받은 적이 없다" 라고 덧 붙였어요. 그 날부터 곧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는데 그 말을 풍자한 라디오 코미디언이 자신의 이름을 버티라고 지어놓고 목소리까지 진짜 버티처럼 흉내내어 하는 말이.
"나는 곧고 정직한 사람이어서 누구한테 돈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어렸을 때 커뮤니언(Communion: 신과의 영적 교류를 처음 맺는 카톨릭 아이들이 7세에 받는 예식. 이날 보통 그 아이에게 친지들은 돈을 주는 게 상례임)때도 누구 하나 나한테 돈을 주는 사람이 없었고 어렸을 때 첫 이빨 빠지면 돈을 주는 요정(Tooth Fairy)도 나한테는 입을 싹 닦았고, 수퍼마켓에서 비스켓 두 개 사면 하나는 덤으로 주는 것도 나한테는 안주더라구요. 어떤 쵸콜렛은 양이 20% 더 많아졌다고 파는데 나한테는 그것조차도 안 팔아요. 정말로 나는 일 페니 하나 누구한테 받아본 적이 없어요. 난 정말 곧고 정직한 사람이에요."
DJ가 옆에서 봉투를 주며 그 속에 퀴즈에 당첨된 사람 이름을 발표해 달라고 부탁하니까 또 "어머나 이게 뭐예요? 이거 노란 봉투(돈봉투)잖아요. 나는 노란 봉투를 만져본 적이 없어서 이 봉투를 어떻게 뜯는지 몰라요. 내 손 떨리는 거 봐요. 나는 곧고 정직한 사람이라니까요"
하튼 이런 내용의 것들이었어요. 나는 그 프로 들으면서 엄청 웃었는데 일일이 설명해 가면서 번역이 되니 별로 재미가 없네요.
파리(Paris)나 런던 혹은 동유럽(특히 체코의 프라그 Prague)은, 건물은 물론 각종 행사도 많고 그래서 볼거리, 잔치 거리, 하다 못해 먹거리까지 무지 많은데 비해 이곳은 한가하기만 해요. 그저 볼 거라고는 한산한 푸른 바다와 목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그래서 나는 아일랜드는 조용한 곳에서 사색하길 좋아하는 사람, 시적이고, 서정적인 낭만, 자연과 친숙하고 싶은 사람들한테는 아주 적당한 곳이지만 이곳 저곳 분주한걸 좋아하고, 도시만이 갖는 눈요기(행사) 거리나 화려하고 현란함 아니면 신도시의 삐뚤어진 것 없이 반듯하게 정렬된 새 콘크리트 건물, 거기에 맞는 환락과 사람 사는 것 같은 북적대는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올 곳이 못된다고 생각해요. 금방 지루해
하고 싫증나서 못 붙어있는 한국 사람들도 꽤 많으니까요.
더블린에서 가끔 젊은 한국 관광객들을 볼 수 있는데 갈만한(현란하고 고급스런 디스코 텍 같은)곳이 없다고 무척 지루해하고 심심해하는 걸 많이 봐요.
물론 이곳에 디스코 텍 같은 곳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이곳에 공부하러 왔던 사람 중 온 몸이 근질거려 힘들어하다 얼마 만에 길들여져 나중에는 아일랜드가 너무 좋아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기도 하구요.
무엇보다도 난 아일랜드를 귀여운 나라라고 생각해요. 작은 나라이니 만큼 우선 워낙 규모가 작고 그리고 사람들은 유머와 위트를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역사를 보면 우리 한민족 못지 않게 설움을 당하고 살았는데 이 아이리쉬들의유머 감각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어요.
인구가 적은 나라임을 증명하는 농담 한마디하고 지나가죠.
2차 대전 당시 독일은 국적을 알 수 없는 적군(독일 입장에서는 적군)의 비행기 한 대가 쏟아 붓는 폭탄 세례에 벌린(Berlin)도시는 간밤 사이 쑥대밭이 되어 버렸어요. 화가 난 아돌프 히틀러는 이튿날 영국 프랑스 유럽의 이나라 저나라 전화를 해서 항의했지만 다들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히틀러는 혹시 하는 마음에 아일랜드에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 아이리쉬 수상한테 따지고 들었어요. 다 물어봐도 아니라고 하니 벌린 도시를 망가뜨린 비행기의 주범은 아일랜드만 남았다고. 잠깐만 기다려 보라고 수화기를 놓은 아이리쉬 수상은 한참만에 와서 수화기를 잡고 한다는 말이.
"이봐 히틀러! 우리나라 비행기 조종사는 어젯밤 설사병 때문에 꼼짝못하고 집에만 있었다는데...."
내가 이렇게 아일랜드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설명해 보려고 했지만 사실 나도 아직까지 아일랜드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해요. 마치 우리가 한국에 살면서 한국을 잘 모르는 것처럼요.
좀 더 알게 되는 대로 더 많은 소식 전해 드릴게요.
요즘 내가 글 쓸 때 쓰는 안경을 잃어버려 눈이 아파 더 이상 쓰기가 힘드네요. 다음에 안경 찾아서 더 쓰도록 하지요.
워터포드에서 허 신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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