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번호 52  등록일 : 2003-06-20 오후 9:30:25

연못속에서
글 : 허신영 ()

화창한 일요일아침.

"여보! 이리 나와봐. 세상에~ 이것 좀 보라구 빨리나와"
"엄마 빨리. 이것 좀 봐"
나는 설거지를 하던 손을 멈추고 깜짝 놀라 뒷 부엌으로 난 연못으로 나갔다.
성급히 그리고 꽤나 흥분한 목소리들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허둥지둥 고개부터 밖으로 내밀었다.
데이빗과 주미는 각기 양손을 맞대어 둥근 모양으로 오무린 체 얼굴에 상기를 띠고 내게 가까이 오라는 표정으로 재촉했다.

"뭔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약간은 어리둥절하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내가 말했다.

"여기 좀 봐. 올챙이가 많이 자라서 이렇게 개구리가 되어있어. 손을 펼치면 밖으로 튀쳐나가니까 조심해서 열테니 잘 보라구"
내심, 개구리를 첨 본 사람도 아닐테구만 겨우 개구리를 갖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나 싶어 약간은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렇다고 핀잔을 주기에는 너무나 심각하리만큼 흥분해들 있으니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 일.

데이빗이 조심스럽게 오므린 손을 펼치자 작은 개구리 한마리가 손바닥 안에서 팔딱거리고 있었다.
"어머! 다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아있었네" 내가 내뱉은 말이다.

지난 "봄의산행 (봄날의전설)"때 개구리알을 잡아다 부엌옆의 연못에 풀어놨었다.
얼마가 지나고 개구리알이 모두 사라져버렸고 그 후로는 흔적조차 볼 수 없었다.
금붕어들이 개구리알을 모두 먹어버렸나보구나 우리는 생각했었다. 그리고 먹으라고 던져주는 물고기밥은 안먹고 살아있는 올챙이새끼들을 잡아먹은 말없는 금붕어들을 한번 째려보고 말았었다.

그 이후로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그런데 이렇게 4개월이 다 돼서 개구리로 변해 버젓이 살아있었다니 어지간히 신기하고 반갑기도 했나보다. 그러니 혐의를 두었던 금붕어에게도 조금은 미안했다.

일요일 오전 차를 마시기 위해 내려오신 시어머니도 데이빗도 아이들도 연못가에 구부정 둘러서서 풀어준 개구리의 행방을 쫓으며 "여기있다, 저기있다"를 연발하고 있다.
할머니, 아버지, 애들 이렇게 삼대가 모여 개구리 몇 마리를 보고 흥분하고 즐거워하는 풍경이다.

어제 아침.
데이빗은 부엌 유리창 밖을 바라보다 나를 향해 소리친다.
"여보! 저것좀봐~ 믿을수가 없군"
개구리 때보다 좀 더 격양되었고 볼륨도 커진 목소리여서 나는 적잖이 깜짝 놀랐다.
"뭔데?" 라고 놀라운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그가 하는 말이다.
"연못에 연꽃이 피었어"
햇볕을 받고 양분을 먹은 화초에 꽃이 피는것은 당연하겠건만 데이빗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닌가보다. 연꽃의 만개에 감탄해하며 내게 그 감동을 전하고 싶은 모양이다.

"와~ 그러게. 예쁘게 피었네" 속으로는 [필 때 되었으니까 피었겠지. 당연한 일에 뭐가 그리 대단한 경사라구....내 참~]

행복이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에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할 일이 많은 사람이다.
당연한 일에 즐거워하는 사람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일이 주위에 늘 함께하는 사람이다.

내가 로또에 당첨되어 벼락부자가 된다면 행복할텐데......
내가 아무개 영화배우처럼 잘 생겼다면 행복할텐데.....

내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오천원 짜리 지폐에 행복해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가 벼락부자가 되었다고해서 행복할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는가!
사탕 한개에 행복해 할 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한상자에 행복해하리라고 장담하겠는가!
내가 지닌 이 몸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을 가졌다고 만족해 할 것인가!

왜 우리는 당연한 것에는 기뻐할 줄 모르는가.
우리는, 무엇이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당연히 받는 것은 당연히 의미가 없는 것이어서 고마워해서는 안 되는 것들인가.

내가 편안하게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는 거처가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내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내게 부모님이 계시고 가족이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내가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내가 꽃을 볼 수 있고 햇볕을 받을 수 있고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말이다.

행복해질 수 있는 오직 한가지 방법은, 내가 처해있고 내게 일어나는 그 무엇도 당연시하지 않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가진 것을 즐거워하고 감사해하는 것이다.

그 어떤 환경(사물)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눈을 가진 사람의 마음에서 결정된다.

그 환경이 아름답고 추한가는 그 환경 자체하고는 무관하며 다만 그 환경을 보는 사람의 마음의 눈에서 결정된다는 얘기다.

우리는 환경을 어떤 눈으로 볼 것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
환경을 내 구미에 맞춰 바꾸려는 생각은 어리석은 짓이다.
왜냐면 그것은 결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내가 계획한 일을 끝내기 위해 한달전부터 새벽 4시 이전에 잠을 자본적이 없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계속되는 세미나와 아이들 학교 행사까지 쫓아다녀야하고 주말이면 손님까지 초대해야 할 지경이어서 내게는 한순간이 아깝다.
어제는 죠슈아 학교의 운동회라고 금 같은 시간을 쪼개어 달려갔더니 다음주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이래저래 준비하고 왔다갔다하느라 1시간 반이나 길가에다 소모해버렸다.
나는 두 가지의 눈으로 내가 처한 환경을 바라볼 수 있다.

1. 제기랄~ 이렇게 바쁜 와중에 1시간이상을 소모하다니 억울하고 분하다.
2. 덕분에 저렇게 아름다운 초원과 바닷가를 드라이브 할 수 있어 잠시 눈과 마음에 휴식이 되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행복할까.
나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을 택하겠다.

누구를 막론하고 삶은 즐겁고 행복해야한다.
그러려면 웃을 일이 많아야 한다.
당연하고 작은 것에 웃을 수 있어야한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당연함을 보고
연못에 연꽃이 피는 것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내가 보기엔 행복한 사람이다.

말해놓고보니 행복이 연못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총 : 17 건)
T.L.C 2003-06-25 오후 3:48:13 삭제
♠ 칼럼[연못속에서]를 읽고...신영씨께 피톤치드(phytoncide) 향기를...

☆°″。ˇ´ 신영씨!

국어교과서에 실렸으면 딱 어울릴 것 같은 동화 같은 맑은 글속에 들어있는
교훈적인 내용- 이번달 컬럼 잘 읽었습니다.

제가 "감사는 영혼에서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꽃송이다" 라는 글을 어디에서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 T.L.C HOME 초기화면에다 써 놓았는데...
칼럼을 읽으면서...이글의 의미를 다시한번 음미(吟味)해 보았습니다.

진흙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식물로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연꽃을 소재로 삼은 것 또한 글의 분위기와 잘어울려...
신영씨가 타고난 필자(筆者)^-^;; 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제가 독후감을 길게 쓰면 사족(蛇足)이 될 것 같아 ....
이렇게 간단한 소감으로 그치렵니다.
늘 좋은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료 업데이트 새작업을 하느라 너무 수고하는 것 같아 신선한 숲의 향기를
가져왔습니다.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에 피톤치드(phytoncide) 향기를 듬뿍 받으시고 힘 내세요!!!~~

그리고~~~폰트문제는 해결되었나요??
워낙 많은 폰트(조금 과장한다면 밤하늘의 별 만큼!!!)들이 있어서
똑 같은 폰트를 찾느니 차라리 더 근사한 폰트를 찾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힘들게 노력한 만큼 Erin 친구들이 여러가지 유용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는 멋진 집이 탄생되리라고 믿어요.

♡Tender, Loving, Care♡♥
꾸불이 2003-08-18 오전 5:48:15 삭제
참내.. 연꽃피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연꽃 가까이 들여다 봐여~~ 얼마나 이쁜지 자세히 함 들여다 보세요...
즉, 15센티미터 정도에서 가까이 함 쳐다 보라구요..(보믄 알어요)
나도 몰랐거던요 ..자세히 보기전엔.. 그걸 사진 찍으려고 얼마나들 난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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