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를 마치고 TV앞 소파에 앉았다.
케이블 연결이 안된 집은 아마도 워터포드에서는 유일하게 우리집 뿐이지 않을까.
TV 안테나조차 지붕에 올리기 싫어한 댓가로 선명한 TV화면은 꿈도 못 꾼다.
그래도 일찍 밤이 찾아오는 겨울이면, 그런 화면의 TV라 할지라도, 저녁식사 후에는 습관처럼 잠깐이나마 TV앞에 앉는다.
데이빗은, 하얀스파크 같은 점선들이 지지직거리는 화면에 눈을 찡그리고, 이쪽저쪽 화면서핑을 하다 "스타트랙"의 공상과학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시킨다.
그가 생각하기엔 이 프로그램은 남자의 논리와 이해로 시종일관 전개되어, 논리와 이성적 사고를 가진 남자들에게 볼만한 프로그램이라나?
컴퓨터 인간 '데이터'가 인간의 감성을 알고 싶다고, 사랑, 감정, 슬픔, 기쁨, 춤 등을 배우고 싶어하는 장면이었다.
데이터는 금발의 여자 닥터에게 춤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금발의 닥터는 춤을 안춰 본지가 꽤 오래되었다며 빼는 척 하다가, 결국 데이터에게 춤을 가르쳐줄 것을 약속한다.
장면이 바뀌어 실내에는 금발닥터가 데이터에게 탭댄스를 보여준다.
데이터는 닥터의 발 움직임을 보자마자 탭댄스를 그대로 완벽하게 흉내낸다.
이제 금발여자 닥터는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몸이 밀착된 상태로 춤을 추는 슬로우댄스를 가르쳐준다.
데이터가 탭댄스를 실행 할 때는 완벽하게 해 냈지만 이 슬로우댄스는 전혀 감각을 살리지 못한다.
데이터 프로그램에서 인식하기 힘든 스텝이고 눈이 발의 움직임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한창 춤바람이 난 컴퓨터가 열의를 다 하고 있는데, 닥터에게 긴급호출 방송이 나오고 금발의 닥터는 데이터에게 컴퓨터 파트너를 재생시켜 연습을 하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뜬다.
바로 이 장면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데이터는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에 대고 조용히 말한다.
"컴퓨터! 내게 댄스 파트너를 만들어 달라. 여자로"
그러자 도깨비 방망이 요술처럼 팔등신 미인이 우아하고 육감적인 완벽한 곡선의 몸매로 뿅~ 하고 데이터 앞에 형상이 되어 나타나 댄스 파트너가 되어준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데이빗이 입맛을 다시며 하는 말.
"저런 컴퓨터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다음날 우리집에 들른 그의 엉클도 어제 방송된 그 논리적이라는 공상과학 드라마의 장면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런 컴퓨터를 어디가야 살 수 있을까 라며 데이빗과 내통한다.
데이빗이 내 남동생이라면 "야이눔아! 정신차리고 밖에 나가서 석탄(벽난로의 땔감)이나 담아와서 불이나 지펴라, 설거지나 빨래를 겆어오던지..." 라고 뒤통수라도 쥐어박을 것을.
"컴퓨터! 내게 논리와 이성이 없는 가정부를 만들어 달라. 남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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