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올해 10월이면 5살이 되는 나와 데이빗의 첫딸 주미의 생각을 적어본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로부터 교육받는 것" 이라는 말을 무척이나 공감하면서도 내 아이를 마치 나의 소유물 인양 대할 때가 사실 많은 나
는 늘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이들, 그 천진난만한 아이들만의 세계, 자연과 사물에서 아름다운 시와 동화를 생각해내는 작은 시인들, 어느 날 훌쩍 커버려 내 곁을 떠나게 될 때면 부모에게 남는 것은 가슴에 새겨진 추억뿐일 거라는 생각을 미리 해보며 어린 내 아이들을 기념하는 뜻에서 아이의 입장이 되어 이렇게 글로 적어 봤습니다.
나만은 닮지 않길 바랬는데 나를 너무나 많이 닮아버린 주미, 그래서인지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이 찌릿해오는 나. 주미가 3살이 막 되던 하늘이 맑게 개인 어느 가을 날, 주미는 하늘을 보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 달은 어디 갔어?"
"으응, 주미, 낮에는 달이 보이지 않는거야!" (멋대가리 없는 현실적인 엄마)
"달은 잠자러 집에 갔나봐"
"그래 맞아, 밤새워 일했으니 해와 자리를 바꾸고 잠자러 갔나보구나"(한발 늦긴 했지만 노력해 보려는 엄마)
"엄마! 달이 저기 있어, 금방 잠에서 깨어났나 봐(희미하게 보이는 달을 가리키며)"
"엄마! 젖소하고 말이 왜 함께 풀을 뜯어먹는지 알아?"
"글쎄....?"
"젖소하고 말은 친한 친구니까. 엄만 그것도 몰랐어?"
주미는 가끔씩 나를 빤히 쳐다보며 엄마는 왜 한국 사람이냐고 묻곤 하는데 어느 날 흑인을 보고.
"엄마! 저 사람은 왜 까만 색이야?"
"하나님이 저렇게 까맣게 만들었으니까"
"하나님이 엄마랑 아빠랑 죠슈아랑 나도 만들고 저 까만 사람도 만들었어?"
"응, 그래 맞아!"
" 하나님도 나처럼 여러 가지 색깔을 좋아 하나봐. 까만 사람, 노란 사람, 흰 사람 여러 가지 색깔로 만들었으니까"
"그래 맞아 주미! 하나님은 여러 가지 색깔을 좋아하신 단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여러분에게 부탁이 있다면, 글을 읽는 동안은 4살짜리 아이로 되돌아가서 읽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4살짜리가 이런 생각을 할 리가 없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아이의 머릿속은 어른보다 훨씬 넓고 자유로운 것이어서 다만 말로 표현 할 수 있는 훈련이 안 돼 있을 뿐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어느 날 주미가 어른이 되어 이 글을 읽을 수 있길 바라며, 다만 그 날이 너무 빨리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허 신영.
"상자 속의 윌리"
오늘은 토요일, 매주 토요일은 메리고모 집에 놀러 가는 날이어서 나는 토요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은 엄마한테 매를 맞아서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는 날이다.
오늘도 메리 고모 집에 놀러갔는데 갈 때마다 메리는 포키몬 카드랑 스티커를 주곤 해서 이번에도 잔뜩 기대를 하고 갔었다. 그런데 오늘은 포키몬 카드를 사다놓지 않았다고 메리 고모는 미안하다고만 하고 정말로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나는 메리 고모에게 짜증을 잔뜩 내고 그래도 믿을 수가 없어 앞으로도 또 안 사줄까봐 이렇게 소리쳤다. "메리!, 포키몬 카드도 주미에게 안 사줬다고 사람들에게 다 일러줄 거야" 나도 토라지고 메리도 토라져서 집에 왔는데 엄마랑 아빠는 어떻게 알았는지 나는 그때부터 야단맞기 시작했다. 엄마는 조용하게 나를 부르고 매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메리가 너에게 그런 선물을 매번 해야 하는 건 아니야, 너는 받을 때마다 항상 고마워 해야하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돼. 한데 사주지 않았다고 때를 쓰다니 크게 잘못된 일이야. 어디 감히, 너도 이젠 학생에 곧 5살이 될 테니 다섯 대만 맞자."
한국말로 하는 엄마의 말뜻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엉엉 울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엄마 손에 들려있는 매 때문에, 그 매가 얼마나 아플까 생각하니 겁이 나고 엄마가 너무 무서워져서였다. 아빠도 모른 채 하고 나가버려서 아빠도 미워졌다.
엄마는 내 방에서 정말로 내 엉덩이를 다섯 대나 때리고 나가버렸다.
나는 엉덩이도 아프고 슬퍼져서 책상 밑에 들어가 한참이나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은 엄마가 정말 싫다. 하지만 엄마가 좋을 때는 싫을 때보다 훨씬 많은데 나를 안아주거나, 쵸콜렛을 주거나, 내가 TV를 볼 때 아이스크림을 주거나, 풍선 장난을 하며 함께 놀아줄 때다. 또 어떤 땐 엄마가 아무것도 하지 안아도 그냥 좋을 때도 많다.
난 엄마가 화내고 크게 야단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내 동생 죠슈아가 잘못을 했을 때도 꼭 나에게 화를 낸다.
식탁에 놔둔 우유를 죠슈아가 카페트에 흘렸는데도 엄마는 내 잘못이라고 한다.
다 마시지 않고 놔뒀기 때문에 죠슈아가 흘린 거라고 할 때면 죠슈아가 흘렸지만 정말 내 잘못인지 아닌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가 무서워서 난 '미안해 엄마' 라고 얼른 말하고 소파 밑에 숨어 있는다.
며칠 전에 죠슈아가 내 물감을 쏟았을 때도 마찬가지로 내가 대신 혼났다. 꼭 닫아놓지 않았다고.
엄마가 화를 낼 때면 나는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어디로 얼른 도망가 버리고 싶다. "다시는 안 그럴께" 라고 말은 하지만 자꾸만 눈물이 난다. 엄마는 내가 울면 운다고 더 화를 내고 매를 들고 곧 때릴 것처럼 카페트 바닥을 두드린다. 나는 그 매가 금방 나한테로 달려들 것만 같아 정말 무서워서 눈물이 더 난다. 빨리 눈물을 그쳐야 엄마가 덜 화를 낸다는 걸 알지만 그래서 뚝 그치고 싶지만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가끔씩 엄마는 내가 엄마를 닮아서 눈물이 많은 거라고 한다. 내가 정말 엄마를 닮아서 눈물이 많다면 엄마는 내가 운다고 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며칠 전 엄마는 또 내가 싸몬(Salmon.연어)을 먹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나는 칩스(Chips.감자튀김)는 좋지만 싸몬은 퍽퍽하고 목에서 삼켜지지가 않는다. 억지로 삼키려고 하면 토할 것만 같다.
엄마는 내가 식사시간 때마다 속을 썩인다고 하며 "아무거나 잘 먹어야 큰언니가 될텐데 너는 어떡하면 좋니" 하고 눈을 크게 뜨고 화난 얼굴로 날 쳐다본다.
그렇지만 목에 걸려 토할 것 같은 음식을 먹기는 정말로 힘들다.
나는 칩스랑 버터와 잠을 바른 빵, 핏자, 막가 도날드(Mac donald.맥 도날드) 버거, 쌀라미(Salami), 콜라, 쵸콜렛, 이런 것만 먹어도 큰언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음식인 김하고 갈치도 나는 좋아한다.
이렇게 엄마한테 혼나는 날은 난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진다.
아빠는 회사 끝나고 학교에 다녀서 늦게 오는 날이 많다. 그래서 엄마한테 혼나는 날이면 나를 말려줄 사람이 없어 더 슬프다.
아빠는 어른인데 학교에 다니는 게 정말 우습다.
나는 몬테소리 유치원 학교에 다니고 쫌 있으면 큰 학교에 갈건대 그리고 우리 학교에는 나처럼 어린 아이들만 오는 곳인데 아빠도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나는 막 웃었다. 나도 아빠랑 같은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 그러면 같이 그림도 그리고 같이 게임도 하고 같이 놀이 기구도 타고 신이 나겠다. 나를 못살게 구는 씨무스 같은 남자아이도 아빠가 이겨먹을 수 있으니까 정말 좋을 것 같다. 엄마는, 아빠는 어른이고 나는 어리니까 같은 학교에 다닐 수 가 없다고 한다. 아빠도 학교에 가고 나도 학교에 가고 다 똑같이 학교에 가는데 왜 안될까? 엄마는 내가 이해 안 되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엄마는 학교에 못 가니까 괜히 그러는 지도 모른다.
엄마는 또 나와 죠슈아에게는 한국말로만 해서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엄마도 영어로 말했으면 좋겠지만 엄마는 항상 한국말로만 하고 나한테도 한국말로 말하라고 한다. 한국말은 말하기(발음)가 힘들고 또 어렵다. 내가 배가 고파 뭐가 먹고 싶을 때는 "배불러, 엄마 뭐 먹고싶어" 라고 하면 엄마는 웃으면서 "배가 부른데 뭘 더 먹고싶니?" 라고 한다. 나는 내가 잘못 말한 것 인줄 알아차리고 얼른 "아니 엄마, 배 부르고 싶어!" 라고 고쳐 말하면 엄마는 한참을 웃는다. 배가 고프고 부른 것을 난 잘 알 수가 없다. 엄마가 가르쳐줘도 자꾸만 잊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그렇게 웃을 때면 재미있지만 한국말이 어려워 엄마한테 말 할때는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 말한다.
"엄마!, Sun이 shine해서 eyes를 open 할 수가 없어." 또 "엄마! 엄마도 Can't remember 야?" "내가 bad dream 해서 Fright했어.".
엄마는 내가 점점 갈수록 한국말을 잊어버린다고 하며 걱정스러워한다. 엄마는 영어로 말할 수 있으면서 왜 나와 죠슈아한테는 어려운 한국말로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아빠랑 그라니(Granny.할머니) 메리 고모, 그리고 내 친구들과는 전부 영어로 말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남자아이들보다 바비 인형과 함께 인형 놀이도 할 수 있는 여자아이들이 더 좋다. 하지만 옆집에 사는 마이클은 남자아이이지만 좋다. 마이클은 나보다 한 살 위인데 며칠 전에 막가 도날드에서 생일 파티를 했었다. 마이클이 나도 초대해줘서 나는 선물이랑 생일 카드를 사서 준비하고 집에서 하루종일 마이클이 나를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렸다.
막가 도날드에서 파티 모자도 쓰고 칩스랑 버거랑 콜라도 마셨다. 마이클은 남자아이여서 파티에 온 아이들도 전부 남자아이들이었다. 거기에는 얼굴 페인팅을 하는 아저씨가 있어서 나도 내 얼굴을 미키마우스처럼 그려 달라고 했다. 내 얼굴이 미키마우스로 변하고 나니 나는 엄마, 아빠, 죠슈아에게 내 얼굴을 보여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파티가 끝나고 마이클이 나를 안아줬다. 그리고 나한테 결혼하자고 했다. 파티에서 돌아오자 엄마는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며 "주미는 어디가고 미키마우스가 왔지?" 했다. 엄마의 놀란 얼굴을 보니 나는 더 신이났다.
나는 엄마한테 "엄마! 마이클이 나한테 마아리(marry 결혼)하자고 했어" 라고 했다.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니 주미! 엄마를 두고 시집갈 생각을 하다니 가엾은 엄마는 주미가 보고 싶어서 어떻게 살라고 마이클한테 벌써 시집갈 생각을 한단 말이야?" 라고 했다.
"엄마! 그럼 엄마도 나랑 같이 시집가면 되잖아!" 엄마는 내 말에 웃으면서 "그래, 주미랑 엄마랑 함께 마이클한테 시집가자"라고 했다.
아빠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미가 결혼하면 아빠는 슬퍼서 울 거야" 라고 그런다. 그럴 때는 나도 아빠가 가엾어져서 "아빠! 그럼 아빠하고 결혼할게요."라고 한다. 나는 마이클보다 아빠가 더 훨씬 좋으니까 아빠하고 결혼 할 것이다.
마이클 생일 파티가 있던 날, 내 얼굴을 미키마우스처럼 페인트칠 한 날 저녁에 나는 얼굴이 씻기 싫어서 많이 울었다. 엄마는 깨끗이 씻고 자야 한다고 그것도 비누로 빡빡 문질러 씻겨 주었는데 난 내 얼굴의 미키마우스가 보고싶어져서 더 소리내어 울었다. 엄마는 왜 귀여운 미키마우스를 싫어할까! 그리고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정말 정말 슬펐다.
엄마는 또 죠슈아만 이뻐하고 나는 덜 이뻐하는것 같다.
나는 죠슈아랑 재미있게 놀지만 어떤 땐 죠슈아가 미워서 없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지 지꺼라고 우기면서 울고 떼 쓸 때면 엄마는 사이좋게 함께 갖고 놀으라고 하며 끝에 가선 죠슈아 주라고 한다. 내가 산타한테 받은 자전거도 죠슈아는 지꺼라고 우기고 내가 타면 악을 쓰고 나를 밀어낸다. 지난번 수녀님이 와서 죠슈아 데리고 갈 거라고 해서 안 된다고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데려가라고 할 걸 그랬다.
많이많이 자고 또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산타한테 조랑말을 선물로 달라고 해야겠다. 엄마는 조랑말이 너무 커서 굴뚝으로 들어 갈 수가 없어 안 된다고 한다. 그럼 자전거는 어떻게 들어왔냐고 하니까 산타가 조그만 상자로 들고 내려와 내가 자는 사이에 다 맞춰놓고 갔다고 한다. 조랑말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지만 엄마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조랑말을 조각조각 잘라놓고 나중에 맞출 수는 없을 테니까 아빠한테 조랑말이 들어 갈 수 있도록 큰 굴뚝을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다.
죠슈아가 내 조랑말을 지꺼라고 우기고 나를 안 주면 어떡하나 지금부터 걱정이 된다. 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죠슈아 것도 한 마리 더 갖다 달라고 해야겠다.
죠슈아는 식사시간 때마다 나를 더 혼나게 만들어서 또 얄밉다. 엄마는 꼭 죠슈아의 빈 그릇을 보여주며 "죠슈아는 다 먹었는데 너는 아직까지 뭐하니?" 라고 한다. 그럴 때면 죠슈아가 정말 얄밉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게 있다. 나는 엄마랑 쇼핑 가는 날이 제일 재미있는데 (왜냐면 엄마가 막가 도날드에 데려가 주니까) 엄마가 쇼핑할 동안 우리는 쇼핑센터 놀이방에 가서 논다. 거기는 장난감도 많고 포키몬같은 재미있는 만화도 계속 해서 정말 좋다.
나는 거기서는 왜 그런지 죠슈아가 이쁘다. 죠슈아는 아직까지 기저귀를 하니까 애기이고 놀이방에서도 죠슈아가 제일 어리다. 나는 죠슈아 손을 잡고 내가 노는 곳에 끼워주고 색칠도 같이 하고 다른 놀이도 같이 한다. 다른 아이가 와서 죠슈아를 때릴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놀이방에서는 왜 죠슈아가 밉지 않고 이쁜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또 왜 그럴까 이상하기도 하다.
나는 빨리 엄마처럼 어른이 되고 싶다.
왜냐면 어른들은 무엇이든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 이상 더 높은 사람이 없으니까 어른들은 혼나지도 않는다.
또 내가 어른이 되면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포키몬도 맘대로 보고, 내 친구 몰리 집에도 매일매일 가서 바비 인형 놀이를 할 것이다.
그리고 죠슈아처럼 나를 못 살게 구는 동생이 있으면 내가 매를 들고 혼 내 줄 수 있으니까 정말 좋겠다.
그래서 나는 빨리 빨리 크고 싶은데 엄마는 당근이랑 양파랑 시금치랑 브로콜리 같은 야채를 잘 먹고 고기도 잘 먹어야 빨리 클 수 있다고 한다. 왜 그렇게 맛없는 야채가 생겨나서 꼭 그런걸 먹어야 클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또 그런 야채들을 먹지 않아도 빨리 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는 하나님이라는 수퍼만(Super man)이나 밧만(Bat man)보다 더 힘도 세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다 만들었다고 했는데 왜 하나님은 그렇게 맛없는 것을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하나님을 만나면 왜 그랬느냐고 꼭 잊지 말고 물어 봐야겠다. 그리고 윌리 할아버지도 잘 있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다고 전해 달라고 해야겠다.
윌리 할아버지는 우리 집에서 가까운 초가집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병원에 실려 갔다. 윌리처럼 많이 늙으면 얼굴이 쭈글쭈글 해지고 걸음도 잘 걷지 못하게 돼서 아프게 되는 거라고 아빠가 그랬다.
"그러면 안 늙으면 되잖아요?" 라고 내가 아빠한테 물었더니 아빠는, 사람은 갓난아기로 태어나서 나이가 먹고 늙는 거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이해 할 수가 없다. 윌리 할아버지는 쭈글쭈글한 할아버지인데 어떻게 애기였다고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윌리가 병원으로 가고 몇 밤 더 잔 다음 아빠는 윌리한테 안녕 인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우리 식구는 윌리처럼 늙은 사람들만 모여있는 병원에 갔다. 아빠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집 같은 곳에 들어갔고 엄마랑 나와 죠슈아는 그대로 차에 앉아 있었다. 아빠가 들어간 곳의 열려있는 문으로 길다란 상자가 보였다. 나는 그 속에 윌리가 누워 있다는 것을 보진 않았지만 그냥 알았다. 한참 후에 아빠는 나왔고 이번에는 엄마가 들어갔다가 나왔다. 메리 고모도 왔고 고모부 번이랑 그라니도 왔다. 한참 있다가 사람들은 꽃이 들어있는 까만 차에 윌리가 누워있는 상자를 넣고 떠났다. 메리 고모랑 그라니, 아빠 다 자기 차에 타고 윌리를 싣고 가는 차를 따라갔다. 차가 열 대도 훨씬 넘게 많았는데 다 윌리를 따라갔다. 아빠가 그러는데 윌리는 우리 집 옆의 교회 뒤 땅속에 묻힌다고 했다. 늙어서 죽었다는 윌리가 불쌍했다. 거의 우리 집에 가까워지는데 윌리를 실은 차가 윌리 집에서 잠깐 멈추었다. 엄마랑 아빠랑은 "가엾은 윌리" 라고 하면서 윌리가 그동
안 살아왔던 집하고 인사를 하도록 잠깐 멈춘 거라고 했다. 윌리는 혼자 살았었는데 윌리가 없는 초가집에 이젠 누가 살지 나는 정말 궁금했다. 그건 아빠도 모른다고 했다.
교회에 도착하고 아빠는 나와 죠슈아에게 조용히 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윌리가 누워있는 상자는 교회 안의 맨 앞쪽에 놓여졌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에 땅에 묻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다음날도 교회에 갔다. 사람들이 많이많이 모여있었고 우리 집 베이비시터(Baby Sitter.애 봐주는 사람) 쉬네이드와 아일린도 있어서 나는 반가웠다. 마스(mass.예배)가 끝나고 윌리가 누워있는 상자는 뚜껑이 덮여 교회 뒤뜰에 놓여졌다. 구덩이가 깊게 파여 있었고 그 속으로 윌리가 들어있는 상자가 들어가는 거라고 했다. 나는 또 윌리가 불쌍했다.
나는 가끔씩 엄마나 아빠를 따라 윌리 집에 갔었는데 내가 갈 때마다 윌리는 나와 죠슈아에게 사탕이랑 맛있는 과자를 주었었다. 엄마랑 아빠는 윌리가 치매에 걸려서 사람도 잘 못 알아보고 자꾸 잊어버린다고 했다. 왜 치매에 걸리는지 궁금해서 아빠한테 물어봤는데 늙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러면 치매를 치워내면 될텐데 아니면 내가 기침할 때 의사한테 가면 약을 주고 먹으면 기침이 낫는 것처럼 의사한테 가면 될텐데 하고 물어봤었지만 아빠는 그것은 못 고치는 병이라고 했다. 내가 아플 때 가는 닥터 윌슨은 좋은 의사이니까 윌리를 낫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빠는 인된다고만 했다. 나는 감기에 걸리면 머리도 아프고 열도 나고 기침도 하는데 윌리는 치매라는 병에 걸렸어도 아파 보이지 않고 좋아 보였다.
치매라는 것은 윌리가 나에게 사탕을 주고 나서 금방 "아- 내가 아이에게 사탕도 안주었구나, 이리 오너라 사탕줄께"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랑 죠슈아에게 사탕이랑 쵸콜렛을 많이 주게 하는 그 치매가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윌리는 어떤 땐 사탕을 네 번씩이나 줄 때도 있었는데 나는 윌리 할아버지의 치매를 좋아했었다. 그렇지만 한가지 윌리는 내 이름이나 엄마 이름을 한번도 불러 본적이 없었다. 엄마 이름 신영과 내 이름 주미는 한국 이름이어서 아일랜드 이름보다 더 어려워 외우지 못하는 거라고 엄마가 말해줬다. 윌리는 아빠이름 데이빗과 고모 메리 이름만 알고 내가 갈 때마다 "주미" 라고 말해줘도 "아 그렇지" 하고 또 잊어버렸다. 그것도
치매 때문이라고 했는데 나에게 사탕을 여러 번 줄 때의 치매는 좋았지만 내 이름을 기억 못하는 치매는 안 좋다. 그래서 나는 치매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가끔씩 그라니는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늙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러면 그라니는 왜 늙었냐고 하니까 그라니는 "내가 늙어야지만 주미를 볼 수 있어서 늙었단다" 라고 했다. 왜 그라니는 늙어야지 나를 볼 수 있는 건지 정말 정말 모르겠지만 나도 그라니가 있어서 참 좋다.
어제는 그라니가 높은 의자에 올라가 뭔가를 꺼내고 있어서 내가 말했다. "그라니! 조심하세요. 그라니도 떨어지면 윌리처럼 박스 안에 들어가게 되니까요" 나는 걱정이 되어서 말했는데 그라니는 뭐가 웃기는지 마구 한참을 웃었다.
아빠는 윌리가 묻힌 그 날밤 잠자리에서 성경 동화책을 읽어주며 윌리는 어깨에 날개를 달고 다른 천사들과 함께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쭈글쭈글하고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윌리 할아버지가 어깨에 날개를 달고 날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우스웠다. 그런데 윌리는 무엇을 타고 하늘나라에 갔을까! 아빠가 자동차로 바래다주지 않았으니 버스를 타고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상자 속에서 윌리는 어떻게 다시 나왔을까!
윌리가 있는 곳에는 하나님도 있다고 했다. 윌리가 하나님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을 알았더라면 하나님은 왜 맛없는 야채를 만들어 냈는지 물어봐 달라하고 그리고 잘못 만든 것이라고 하면 다 없애버려 달라고 하라고 할걸 그랬다.
나는 가끔씩 윌리 할아버지가 보고싶고 윌리의 집을 지나칠 때마다 윌리가 주던 사탕이랑 쵸콜렛이 생각난다.
윌리 할아버지도 나처럼 어린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늙지도 않고 그러면 죽지도 않고 나랑 같이 놀았을 텐데... 그리고 그라니는 나를 보려고 늙었다 했는데 윌리 할아버지는 할머니도 없고 아이들도 없고 혼자서 살았었는데 누구를 보려고 늙었을까!!!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생명의 아들이고 딸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통하여 왔지만 당신에게서 온 것은 아닙니다.
또한, 당신과 함께 있으나 당신의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당신의 사랑은 줄 수 있어도 생각은 줄 수 없으니까요.
당신은 그들의 몸을 가둘 수는 있어도 마음은 가둘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은 '미래의 집'에 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 곳을 방문할 수 없습니다.
꿈 속에서조차도.
당신이 그들처럼 되고자 해도
그들을 당신처럼 만들고자 하지는 마십시오.
왜냐하면, 인생은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며
어제에 머무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Kahlil Gibran의 <예언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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