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메일을 받았다.
자주 메일을 교환하는 친구여서 이런저런 살아가는 메일로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 친구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이니만큼 한국인 분포가 아일랜드에 비교할 바도 못될 정도로 많아, 한국 미디어를 접할 기회도 당연히 많다고 한다.
친구는 어느 날 한국 비디오를 10여권도 넘게 빌려와 시청을 하는 도중 대부분의 쇼 프로그램들이 이쁘고 섹시한 것에 중점화제를 삼고 쇼를 시종일관 진행하는 것에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 친구의 메일을 읽고, 특히 현대사회에서 남녀 할 것 없이 이쁘고 섹시해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또한 삶의 목적인 욕구충족의 1위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이뻐졌으면......섹시해보였으면.....젊어보였으면...... 하는 욕망은 내가 숨쉬는 동안에는 사라지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겉볼안 이라는 말처럼 사람의 겉을 보면 내면도 알 수 있다.
그것은 화장품 한 개에 1백만원이 넘는 것을 사용하는 것에 있다거나, 섹시하고 값비싼 옷을 입는다거나, 성형수술로 다듬은 얼굴이여야 한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는다.
안을 가꾸는 여자는 겉모습도 그 안처럼 아름답게 드러난다는 말로 나는 해석한다.
여자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오는것인지는 나도 잘은 알지 못하나, 오늘은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한 내 생각을 횡설수설 끄적거려 보았다.
* * *
추적추적한 날씨 탓만은 아닌 것 같다.
겨우 30 중반에 서서 세월탓 하기가 여간 송구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흘러온 세월이 덧없고 남은 세월도 그럴까봐 미리 겁이 나더라고......
오래된 앨범을 뒤적이다보니 지난 파릇한 세월이 찍혀 생소하게 묻어난다.
눈가의 잔주름을 손가락으로 펴 보고 머리카락 속을 뒤져 흰머리도 그리 어렵지 않게 몇 개 찾아내고 둥실한 뱃살을 잡아보며 가느다란 한숨을 내뱉어 보았다.
여자의 영원한 추구와 욕망!
좀 더 윤기있어 탱탱한 얼굴과 살점없는 몸뚱이를 갖춘여자가 섹시하고 이쁘다!
만의 여자들이 사회에서 좀 더 성적으로 매력을 풍기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우리 사회!
그래야지만 취급받는다고 생각되는 사회!
온갖 초점이 그리로만 모여있는 것 같은 우리 사회!
대중 미디어는 자꾸 그쪽으로 우리 말초신경을 맞추는 사회.
어떤 옷을 입어야 더 멋있어 보이고 어떤 고급 화장품을 써야 더 예뻐보이고 더구나 섹시해 보이기까지 할까.
어떻게 해야 더 날씬해 질 수 있으며 무엇을 먹어야 더 젊어보일 수 있을까.
초면에 여자의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라지만 답하는 여자는 "내가 몇 살이나 되어 보여요?"
라고 조바심을 갖고 되묻는다.
좀 더 젊게 나를 봐 주겠지 하는 기대감과 그렇게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
좀 더 젊어 보이고 좀 더 예뻐보이고 좀 더 날씬해보이는 것은 물론 기분좋은 일이며 에너지 상승이다.
하지만 내 나이에 1살 혹은 5살이 더 젊어 보이는 것이 진정 내게 가져다주는 순이익은 무엇인가.
아니 왜 우리는 외모에 이렇게 초점을 맞추는 것일까!
나의 평가는 외부인에 의한 것이며, 그 평가는 나의 외모에 좌우되며 높이 평가되었을 때 얻는 자신감과 만족감을 얻어내기 위함이 궁극적인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결국은 잘 보여서 만족감을 얻어내고 자신감까지 챙길 수 있다.
외부인의 평가 없이도 나 스스로 만족하고 나 스스로 행복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사실 그렇게까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런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신에 버금가는 도를 닦아야 하겠지만.
어느 날, 흘러온 세월의 증거인 내 눈가의 잔주름을, 드문드문한 흰머리를 보며 한숨을 들이키다말고 생각에 잠겼다.
늘 젊고 아름답고 싶은 여자의 욕망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겠지만)
나이 한두살 젊게 보이는가에, 좀 더 섹시하고 예뻐 보이는가에 기뻐하고 좋아한다는 것이 그렇게 가치있는 일일까?
자신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괜찮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실수했어도 내가 못난 얼굴을 하고 있어도 내가 내 나이에 비해 더 늙어 보여도 내가 살이 쪘어도 괜찮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자신감이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생겼을까 하는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이 아닌 이렇게 생긴 내 모습을 사랑할 줄 아는 그래서 괜찮을 수 있는 그것이 자신감이다.
진정 아름다운 여자는 어떤여자인가?
나이다워 보이는 여자이고, 나이답게 행동할 수 있는 여자, 결국 자신감 있는 여자 아닐까!
얼마전 우연히 알게 된 친구가 나에게 아이가 둘이나 있다는걸 알고 놀라며 되물었다.
이제 학교를 졸업한 학생인줄 알았다고.......
동양사람 나이 알아 맞추기가 애매해서 건성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때 난 그 말에 기분 좋아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런 말에 즐거워했던 내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없어 혼자서 얼굴을 붉혔다.
나는 늘 커 가는 사람이며 삶을 경험하고 배우는 사람이라고 믿고싶다.
그렇게 만 35년이나 자라왔다면 그건 나의 진정한 나이이며 그렇게 보여야 할 것이다.
행여 아직도 철없고 어리광이나 부리는 19세의 나이에 머물러 있었던 부분이 난데없이 불쑥 드러나고 탄로나서, 혹 그 친구는 아직도 학생인줄 알았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덜컥 겁이났다.
이제 드디어 성숙한 여자로 변모한 나.
그렇다면 나의 있는 그대로를 내 스스로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고 책임질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그럴 나이가 되지 않았나 돌이켜본다.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이제 귀에 차지도 않는 구식 옛날 말이 되었지만 내 모습, 내 나이, 그대로를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여자!
그런 여자가 아름다운 여자라고 일단은 믿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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