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번호 25  등록일 : 2001-05-20 오후 5:07:11

1 만큼 사랑한다는 것은
글 : 허신영 ()

남녀가 결합하여 그리고 여자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작은 우주를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하더냐.
누구를 막론하고 결코 우연으로 혹은 실수로 태어난 생명이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은 생명의 신비가 인간의 뇌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과히 절묘하고, 과연 실수로 우주가 생겨날 수 없다는 과학적 논리를 제쳐두고라도, 내 짧은 지식을 아무리 동원한다 하여도 내 그 지식으로는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결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야겠다.
그래, 그 생명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조물주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난 믿는다.

여자가 결혼을 하면 여자로서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라고, 더구나 애 하나 덜컥 낳고부터는 이제 더 이상 여자가 아닌 아줌마라는 새로운 性의, 결코 여성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성도 아닌 아줌마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던 사춘기 철부지 소녀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단다.
길거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아줌마, 코흘리개 아이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데리고 다니며 아무렇게나 잔소리를 늘어놓는 매력없는 여자들, 지하철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엉거주춤 달리기를 하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아줌마.
그런 내가 결혼을 하고 또 간절히 아이 갖기를 원하며 많은 시간들을 아줌마의 조건을 갖추게 해 달라고 기도했구나.

오랜 기도 끝에 주미를 갖고 눈물과 함께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아이가 될 수 있도록 키우겠습니다"라는 작은 기도도 했단다.
나는 그렇게 알맞은 조건을 갖춘 아줌마가 되었고 산모의 우울증이 겨우 가실 무렵에 덜컥 너라는 우주를 잉태하게 되었단다.

또 한번의 기적이었고 선물이었지만 내 계획보다 훨씬 앞당겨진 출산이었으니 그때 심정으로는 어지간히 속이 상했었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구나.
그래, 너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처음부터 불손하였으므로 네게 미안한 마음이 지금까지도 이 엄마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단다.

너를 낳기 위하여, 아니 너를 꺼내기 위하여, 벌거벗은 채 불룩한 하반신을 수술대 위에 올려 놓여진 내 모습은, 발가락 하나 꿈쩍할 수 없도록 핀으로 고정시킨 실험대 위의 개구리 같은 느낌이었단다.
정말로 난 이런 생각을 했었단다.
개구리들도 생각할 수 있는 뇌가 있다면, 아니 단연 본능을 가진 생명체인데 날카로운 메스를 들고 달려드는 사람들 아래 사지가 핀에 박힌 채 놓여져 있는 기분이 어떨까 라는 생각을 말이다.

의사들은 마치 점심식사 테이블에 모여 샌드위치와 홍차를 마시며 잡담을 늘어놓듯, 그렇게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위와 칼도 주고받으며 살을 자르고 벌리고 너를 끄집어냈단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곤 의사들의 잡담소리, 가위와 칼 소리였지만 어느순간 커다란 돌덩이가 휑하니 빠져나가는 것 같은 강한 충격을 받았단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었다.
"It's a boy" 라는 소리가 조만간 들렸지만 난 기뻐해야할지 감격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정말 묘한 감정에 눈만 끔벅거리고 있었다.

강보에 쌓여진 너를 간호원이 내게 슬쩍 비쳐주었을 때 너는 희고 끈적거려 보이는 액체에 온 얼굴이 뒤덮여 너를 보는 나는 또 한번 난감했었다.
내 뱃속에서 나온 새끼니 예삐봐야 할텐데 희끗 울긋불긋 쭈그러진 너를 보니 당장 할말은 고사하고 뭐라고 생각해야할지 심란하더구나.

네 아빠는 첫딸을 얻어 기뻤지만 둘째는 아빠 자신과 같은 성의 아들이라는 것에 몹시 기뻐했었단다.

너는 무엇이 불만족스러웠는지 자주 울곤 했었다.
젖을 주어도 제대로 빨지 않았고, 물을 주어도, 분유를 주어도 마다한 채 자주 울곤 했었어. 네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는 요람을 흔들어줘야 잠을 잤고 멈추면 그 즉시 깨어나곤 했지. 식사시간마다 교대로 식사를 하며 너를 흔들어주곤 했을 정도였으니까.
사실 새로 태어난 너에 대한 정 보다는 2년을 함께 살아온 주미에 대한 사랑이 더 크게 차지했다는 걸 또 이 자리에서 실토하마.

어느 날 나는 네가 너무 힘들어서 커다란 결심을 하였단다.
잠잘 시간에 맞춰 너를 요람에 눕히고 "잘 자"라는 인사말과 함께 방문을 닫고 나오기로 말이야. 너는 첫날 그렇게 40분을 울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30분, 그리고 10분......일주일만에 이제 요람에 눕히면 잠잘 시간인 걸 알고 눈웃음지으며 소리 없이 자곤 했었지.
우리 둘 다 서로를 위해, 시행은 아팠지만 좋은 결과였었어.
너는 기는가 싶더니 앉았고, 앉는가 싶더니 걸어다니기 시작했어.
하지만 너는 쑥쑥 자라는 아이는 아니었다. 아주 아껴가며 조금씩만 자라는 아이였지. 그래서 네 또래의 아이들보다 항시 작은 체구였고 지금도 그렇구나.
너는 마마마마 라는 소리를 처음 내기 시작했지만 정확한 뜻이 담긴 단어로는 "No" 라는 말을 가장 먼저 배웠다.
무슨 말을 해도 "노"였지. 아빠는 "미스터 노" 라고 네 별명을 지었었잖니.
또 너는 도도(플라스틱 젖꼭지, 정확한 말은 아이를 편안히 해 준다 해서 Soother라고 하며 도도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말)가 없으면 한시도 살기 힘든 아이였잖니. 외출 목록 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 손꼽는 건 도도였을정도이니까. 그것이 없으면 너는 울고불고 온 집안이 시끄러워 난리가 아니었지.
시끄럽고 너의 보채는 소리 듣기 싫어 도도는 너의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도록 내버려두었어. 3살이 되면 도도를 치워버려야지 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과제였단다. 3살이 되어서도 도도는 필요악인 존재처럼 네 곁을 떠나지 못했구나.
너는 엉엉 울다가도 도도만 입에 물려주면 음악소리의 스톱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뚝 그쳤지. 그런 너를 보며 고민한 아빠는 도도 고무젖꼭지를 반으로 잘라버렸잖니.
그리고 천장에 메달아 놓았었지. 너는 그 다음날부터 다시는 "도도"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단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일찍 포기하는 인생의 법칙을 어린 나이에 배웠다고 해야 할까!

엄마 서랍에는 별모양을 한 은빛 스티커가 있었잖니?
너는 그 은빛 스티커를 아무데나 붙이기를 좋아했었지.
어느날 초저녁 밤하늘에 뜬 별들을 보고 너는 이렇게 소리쳤어.
"엄마! 저 하늘의 스티커들 좀 봐 " 라고 말이야.
우리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단다.

너는 "노"라는 말로 항상 대답했지만, 작은 사람 너는 시인의 영감보다도 더 아름다운 문구들이 너의 그 작은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바로 그 날도 주미와 나 그리고 너는 거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초저녁 밤하늘을 지켜보고 있었지.
달을 지켜보던 우리 세 사람은 정말 행복했고 즐거웠었잖니. 너는 달이 구름에 가려 없어지자 달이 어디로 가 버렸느냐고 물었어. 그러더니 너는 대답을 얼른 스스로 찾아냈다는 듯 이렇게 말했지. "달은 달의 집으로 돌아갔나봐"
난 그 말이 시인의 그것보다도 더 얼마나 아름답게 들렸는지 모른단다.

너는 항상 화장실 변기에 앉아 엉덩이를 닦아 달라고 소리치잖니.
빨리빨리 와서 엉덩이를 닦아 달라고. 그리고 너는 바지를 추켜올리며 "굿바이 동" 하면서 물을 내리곤 하잖니. 어떤 때 손까지 흔들어가며 네 몸 속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들을 향하여 안녕 인사를 꼭 잊지 않고 했었다.

너의 입술은 정말 장미꽃잎보다 더 부드러워서 이 엄마는 네가 귀찮을 정도로 뽀뽀를 해 대잖니. 너는 내가 뽀뽀를 해댈 때마다 귀찮다는 듯 소매로 입술을 쓰윽 닦아내곤 하고 말이다. 그리고 어떤 땐 신경질을 내면서 그만 좀 뽀뽀하라고 소리치기도 했었어. 그럴 때면 엄마는 "죠슈아! 뽀뽀해주면 앞으로 뽀뽀 안할께" 라고 말하면 넌 또 순진하게 입술을 내밀어 주잖니.
나는 너에게 그렇게 좀 더 많이 사랑받고 싶어서 백설공주 게임을 만들었던걸 알고있니?
내가 누워서 잠자는 공주역할을 하고 너는 잘생긴 왕자님으로서 내게 키스하면 내가 잠에서 깨어나는 놀이 말이야. 그리고 나는 "아! 잘생긴 왕자님! 나와 결혼해 주세요" 라고 말하면 너는 덤덤히 별도리 없다는 듯 "오케이" 하잖니.
그렇게 엄마는 아직까지도 너만큼이나 철부지여서 내가 널 사랑하는 만큼 나도 사랑 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수시로 네게 물어보기도 하고 말이야. 사랑은 받는 것보다 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하지만 나는 사랑받는 건 사랑하는 것에 버금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엄마이니까. "죠슈아! 엄마를 얼만큼이나 사랑하니?" 라고 물으면 너는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1" 이라고 대답하지. 얼만큼이라는 말에 너는 꼭 숫자를 부여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너는 1 이라는 숫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일까!
그래도 넌 때에 따라 "2" 라고 대답하기도 하고 "3"이라고 대답하기도 하지.
귀찮은 엄마라고 생각할 때는 너는 미간을 찌푸린 채 "I told you that I love you" 라고 화난 사람처럼 대답하기도 하잖니.
그래, 나는 너에게 수없이 사랑한다고 말해왔었고 너는 나에게 수없이 1 혹은 2 만큼 사랑한다고 말해왔었지만 사랑은 매일 먹는 밥처럼 그렇게 수시로 공급받고 확인되지 않으면 또한 허기지는 것인가 보다.
그래, 나도 너를 1 만큼만 사랑하련다. 둘도 없는 사랑이라는 뜻에서 말이야.

너는 유난히 눈이 큰 아이인걸 알고있니? 너의 눈은 너무나 크고 또한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다워서 나는 너의 눈과 마주치는 것으로도 마음이 황홀해지곤 한단다. 어린 숫사슴처럼 맑고 큰 눈 탓일까! 너는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 아이이기도 하잖니. 입술을 양옆으로 늘여 빼고서 눈자위가 붉게 물들어오면 구슬같은 물방울들이 데구르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일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이잖니. 너의 커다랗게 빛나는 눈동자에서 눈물 방울들이 방울방울 맺혀 흘러내릴 때면 엄마의 마음도 너의 눈물 방울들로 인해 가슴이 적셔지는 듯 하단다.
툭하면 흘러내리는 눈물이 네가 얼마 안 있어 학교에 가서도 그렇게 수시로 울어댄다면 그래서 아이들에게 놀림감이라도 된다면 하는 마음에 말이야.

너는 어느 날 쉬아를 하기 위해 한밤중에 일어났었지. 아빠는 너를 변기 앞에 세워두고 지퍼를 내리다 너의 그 여린 꼬치를 다치고 말았잖니.
너는 너무나 크게 울었고 우리는 영문을 모른 채 너의 꼬치를 둘러싸고 달래었었지. 옷에서 묻어 나온 섬유가루들이 너의 꼬치에 달라붙어 있었으므로 난 그게 고름이나 염증인 줄 알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었다.
이곳 우리 집 식구들 모두는 한국말인 "꼬치"가 무슨 뜻인지 잘 알고있잖니. 그 다음날 그라니(할머니)도, 너의 고모 메리도, 고모부 번도 "How is your 꼬치?" 라고 안부를 물었었고 말이다.
너는 또 덤덤히 "My 꼬치 is fine" 이라고 대답했었어.
그런데 이번엔 정말로 너의 꼬치에 염증이 생겨버렸더구나. 포경수술을 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마는 네가 아파할 생각을 하니 선뜻 의사에게 데려가기가 겁이 난단다. 너의 꼬치를 소독하는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겠지? 너의 가장 프라이비트 한 꼬치를 빙 둘러싸고 들추고 닦아내고 말리고 하는 법석을 말이다.

너는 주미와 가장 친한 친구사이이지만 싸우기도 잘 하잖니. 네가 주미를 이길 수는 없지만 당했다고 생각되어 분할 때는 또 구슬 같은 눈물방울들을 주르륵 흘러내리며 "마미, 주미가 나빠"라고 호소하며 달려오잖니.
주미는 너보다 대가리가 굵다는 이점을 이용해 너를 곧잘 울리곤 하니까.
너는 순수하고 그래서 몹시 착한 아이라는 걸 난 잘 알고있으니 너무 서러워하지 말아.
주미하고 싸울 때마다 너는 항상 피해자이지만 내가 주미에게 큰소리만 처도 너는 엄마 손을 붙잡고 자비를 베풀기를 빌어주잖니. 주미를 매매해줄 막대기를 가져오라고 해도 넌 주미 편을 끝까지 들어주며 의리를 지켜 막대기가 없다고 하고 말이야. 똑같은 상황을 뒤집어서 주미에게 너를 때려줄 막대기를 가져오라면 주미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가져오려고 열성을 부리는데 말이다.

너와 주미가 집 뒤뜰 들판에서 뻐꾸기침꽃, 버터컵꽃, 토끼풀꽃, 데이지꽃과 민들레꽃을 꺾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잔디풀밭에서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너희 둘의 순수한 웃음소리를 들을 때면 가슴이 사무쳐오도록 내 마음은 아름다워져 그 순간을 상자 속에 고이 담아 간직하고 싶단다.

너는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처럼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지. 네 아빠를 닮은 것인지도 몰라. 넌 달팽이들을 자전거 뒤에 태워 다니며 친구라고 소개하곤 하잖니. 그리고 달팽이 하나하나 집어들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말이다. 어떤 땐 달팽이들이 너의 전쟁포로이기도 하고 말이야.

아빠 차를 닦을 때면 너와 주미는 제일 신이나곤 하지. 물장난을 실컷 할 수 있으니 말이야. 너는 작은 빗자루로 차 몸체를 닦는다기보다 살며시 비비고서는 옆에 있는 고양이에게도 말을 붙이기도 하지. "플릭! 너도 차 닦을래?" 하고 말이야.

너는 또 TV에 나오는 프랑스 왕가를 그린 만화영화를 보고 엄마가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잠잘 준비를 하라고 할 때면 "Yes, Your Majesty" 라고 대답하곤 했었지.

Toy Story라는 만화영화를 너는 수 십 차례나 보고 나서 너는 뛰어내리기를 좋아했었다. "마미! 버즈처럼 나도 날수 있으면 좋겠어요" 라고 수시로 말했었지.
그리고 실제로 소파 위에 올라가서 "To infinity and beyond(무한한 세계를 향하여)"라고 소리치며 뛰어내리지.

나는 네가 높은 담장에서 버즈처럼 그렇게 소리치며 뛰어내리진 않을까 겁이 몹시 나기도 했단다. 정말로 지난번에는 담장에 앉아있다 아빠한테 엉덩이를 맞기도 했었잖니.

너는 그렇지만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 개구쟁이는 절대로 아니구나. 조금은 사내아이처럼 거칠기도하며 다루기가 힘이 들 때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는 말이다.
너는 사람들 앞에서는 수줍어하며 어디서든 엄마를 떠나려 하지 않잖니. 주미는 엄마나 아빠보다는 오히려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즐겨하지만 너는 꼭 엄마 옆에만 있으려고 하잖니.
내가 네 눈앞에서 잠시라도 사라질 때면 너는 몹시 겁을 먹고 샘물에 물이 고이고 넘쳐흐르듯 너의 눈동자 속에서는 넘쳐 나온 눈물방울들이 주르륵 흘러내리곤 하니까 말이다.

너는 말도 안되는 말, 전혀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잘도 지어내서 말하기도 하지. 그리고 엄마나 아빠가 물어보는 말에는 꼭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하고 말이야.
"죠슈아! 왜 이렇게 방을 어지럽혔지?" 라고 물으면 "왜냐면, 방이 어질러져서 그랬어" 라는 식이고 "왜 잠을 안자니?" 라고 물으면 "주미가 잘 자니까"라고 답하잖니.
"그건 위험하니 갖고 놀지 말아라" 라고 말하면 "내가 아기가 아니고 내가 너무 크니까 안되는거야?"라고 대답하고.

1 만큼 사랑하는 죠슈아!
나는 너와의 매 순간들이 과연 1 만큼이나 소중하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마치 전혀 그렇지 않는 사람처럼 살고 있구나. 너와 함께 하는 놀음보다는 컴퓨터 앞에서의 놀음이 더 많은 엄마를 너는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어 사실 더 죄스러운걸 어떻게 말해야하겠니.
너는 얼마 안있어 때가 닥치면 학교로 떠나버릴 것이고 그렇게 내 곁을 떠나는 날 난 너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가슴만 애태울 생각에 벌써부터 침울해 진단다.
나는 네가 학교 입학할 그 날 어떻게 너를 학교에 두고 발걸음을 떼어야할지 지금부터도 가슴이 메어오는구나.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게 너와 나를 자꾸 멀리 떨어뜨려놓는 듯한 느낌이 왜 드는지 나는 모르겠어.
너의 그 작은 몸뚱이와 작은 손이 언젠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버리고 나면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하나 하고 벌써부터 엄마는 대견하기도하고 쓸쓸하기도 할 그런 감정의 혼돈 속에 빠져있는 어리석음을 너는 이해하지 못할거야.

죠슈아! 1만큼 사랑하는 죠슈아.
신비롭고 오묘한 생명, 그래서 우주로 표현되는 생명, 그래서 또한 네가 내 몸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정말 신비로운 기적이라고 생각한단다.
그 기적은 하늘에 붙은 스티커들을 볼 수 있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난 하늘의 별을 보면 너의 스티커를 떠올리고 달팽이들을 보면 전쟁포로가 생각나지. 그리고 부드러운 꽃잎을 보며 너의 입술과 연관짓고 민들레 씨앗과 뻐꾸기침꽃과 버터컵꽃을보면 꽃을 움켜쥔 너의 작은 손이 생각나고 말이야.
조금씩만 자라는 죠슈아. 그렇게 조금씩 자라는걸 지켜보는 건 내겐 큰 기쁨이기도 하고 또한 안타까움이기도 하구나.

세상에 언어가 절실히 부족하여 나는 너에게 한마디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맞춰 볼 수 있겠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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