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재미삼아 써 봤던 내가 쓴 소설의 일부분입니다.
아이리쉬들의 평범한 삶과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 현대 아이리쉬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인 고통과 북아일랜드의 정치적인 두통, 카톨릭 국가로서 숨겨진 아픔과 비리 등을 샨텔이라는 주인공을 세워 그려내 보고자 한 글이었는데 너무도 미숙한 점이 많아 이런글을 친구들께 선보여도 될까 하는 염려가 앞섭니다.
글 중에 양치기 소년과 샨텔이 본 양들의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목장지기들이 흔히 겪는 이야기를 적어봤습니다.
" 본 능 "
샨텔은 집에 와서도 머씨디스(Mercedes)안에 앉아있던 남자의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생각 할 수록 부끄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일이었다.티가 나게 찌그러진 문짝의 아토스(Atos) 는 그런 샨텔의 기분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반갑게 맞이하는 쟈파의 그르렁대는 소리를 뒷전으로 하고 청바지와 밤색 스웨터로 변신한 샨텔은 사과하나를 집어든 채 코스트로 이어진 바닷가를 향해 아직까지는 운전하기에는 지장이 없는 아토스에 올라앉았다.
그녀의 집에서 5분 거리인 발리마카우 라 이름 붙은 코스트에 다다른 샨텔은 그곳의 작고 한적한 해안 가에 차를 세우고 코스트를 따라 노란 거스(gorse, 가시 금작화의 덤불)나무들로 덮여진 언덕길을 향해 위로 올랐다.
거스의 바늘잎들이 청바지를 뚫고 따갑고도 가볍게 찔러대고 있었다.
거스들은 샛노랗고 작은 꽃잎들을 피어내기 시작한 때였고 그 꽃향기는 숨이 막힐 것처럼 독특하고 강한 향을 품어 내며 해안 절벽으로 향한 언덕을 온통 노랗게 덮고 있었다.
삼월의 석양빛을 받은 바다는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반짝거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고 그 위에 뜬 고기잡이배들은 망망대해에 그림을 그려 넣은 듯 아름다움을 더 한층 고도 시켰다.
가까이서 보면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 속 안에 덕지덕지 녹이 낀 쇳덩이들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고기잡이배들은 멀리서는 본래의 모습에서 상상하기 힘들만큼이나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바다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조화였다.
그렇게 아름다움이란 멀리 떨어져 있을 때만 느끼는 건지도 몰랐다.
지난날의 가슴아픈 기억들이 오늘에 와서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떠오르듯.
언제 그곳에 나타났는지 세 마리의 갈매기가 바다 위를 비행하다 그 중 한 마리가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 쳤다.
수면에 두어 번 푸덕이던 갈매기는 작은 물고기를 입에 물고 하늘로 떠오르자 나머지 두 마리의 갈매기들이 먹이를 잡은 놈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가을이면 폭풍과 함께 청어 새끼 떼들이 바닷가로 몰려들어 올 때가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갈매기들의 만찬이 벌어졌지만 때아닌 늦 3월에 웬 청어 새끼들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샨텔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갈매기들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바다와 경계 진 비탈진 코스트를 따라 푸른 목초지를 걷고 있던 샨텔은 걸음을 멈추고 먼발치의 얼룩 젖소 떼들을 바라보았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는 젖소 떼들이 마냥 평화로워 보였다.
매일 매일 풀을 뜯고 젖을 짜내는 젖소들의 삶도 어쩌면 그들에겐 지겨운 우생(于生)일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인간의 눈에는 늘 평화롭게 보이는 건 자연스런 사실이었다.
띄엄띄엄 세워진 하얀 집들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었고, 집을 향해 서두르는 농부의 트락터가 울퉁불퉁 덜컹대며 초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오늘 농부의 일과는 목초지에 묵은 거름을 뿌리는 일이었나 보다. 묵은 거름 냄새를 도시인들은 인상을 찌뿌리며 싫어했지만 샨텔에게는 낯익은 냄새였고 고향의 냄새였으므로 오히려 그 냄새로 인해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샨텔은 다시 발걸음을 떼고 이번에는 저 만치서 새끼 양들과 함께 풀을 뜯고있는 양떼들에게 향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암양들의 분만기가 시작되는데 그 어린양들처럼 귀여운 동물도 드물 거라는 생각이 볼 때마다 들곤 했다.
귀엽고 작은 몸에 커다란 눈과 귀를 하고는, 네 다리는 몸에 맞지 않을 정도로 길고 굵으며, 거기에 까만 부츠를 올려 신은 것처럼 발 두덩이와 무릎 언저리까지 새까만 다리는 볼수록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양들만큼이나 복잡하고 병균을 많이 지니고 있는 가축도 없었다.
가축들에게 생기는 병이면 다 갖고 있는 건 물론이고 거기에 서 너 가지 더 추가해 괴로움을 겪는 게 또 양이었다.
주변을 둘러싼 농장 이웃을 두고 살아왔고 현재까지도 그렇게 살고있는 샨텔은 양에 관한 우습고도 슬픈 이야기들을 수없이 보아 왔었다.
아직 샨텔이 어렸을 때 샨텔에겐 농장을 하는 집 아들과 친하게 지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낙농 지역인 곳에서 농장 집 아이는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배경의 친구였지만 아담은 개구쟁이였고 또 붙임성이 좋아 항상 붙어 다녔었다.
어느 날 샨텔은 아담의 손에 이끌려가서 어미 양이 새끼를 분만하는 광경을 본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봄이 오면 그런 광경은 가끔씩 봤었다.
어린 아담은 어리다는 장점을 이용해 분만하는 어미 양을 돕곤 했었다.
그 돕는다는 것은 산모 양들에게 자주 있는 일인 아기 양이 앞다리 대신 뒷다리부터 나올 경우, 아담은 손을 그곳에 넣어 아무렇지도 않게 아기 양을 돌려놓곤 했다. 그 일은 어른의 커다란 손이 아닌 아담같은 작은 손이어야 하는 건 산모 양에게서 새끼 양이 나올 출구를 최소한 다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아담의 양들 중에 미세스 버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한 양을 샨텔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미세스 버튼은 해마다 봄이면 아기 양을 탄생시켰는데, 어느 날 우습게도, 아니 불행하게도 아기를 밀어내는 분만이 시작되고 한참 진행 중 그만 자궁까지 밀려나와 버린 일이 있었다.
이번일 만큼은 아담의 손으로도 해결할 수 없게 되자 수의사가 불려왔고 수의사는 새끼 양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온 자궁을 차곡차곡 집어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미 양이 걸을 때마다 자궁이 다시 빠져 나오자 생각해낸 방법이 그곳에 단추를 달아 채우는 일이었다. 그 날부터 그 양은 미세스 버튼이라고 불리워졌고 그 다음해에 다시 분만 때가 오면 어김없이 그 버튼은 열어지고 분만이 끝남 과 동시에 다시 채워지곤 했었다.
여름은 양들에겐 곤혹스러운 계절이었다.
쇠파리들은 더덕더덕 똥이 뭍은 양의 엉덩이와 꼬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하필이면 항문에 알을 까곤 했다. 또 그것도 부족해 어떤 땐 상처 난 양의 발굽 속으로 들어가 알을 칠 때도 있었는데 허옇고 통통한 구불거리는 고자리 떼들은 사람이 보기에도 징그러웠지만 힘없는 양들에겐 견디기 힘든 고문 같은 것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성질 고약하기로 이름난 숫양이 있었다. 이 숫양은 풀을 뜯다가도 느닷없이 펄쩍펄쩍 미친것처럼 뛰곤 했었는데 하루는 그 도가 다른 날보다 더 지나칠 정도로 뛰고 뒹굴며 난동을 부려댔다.
나중엔 그것으로도 성이 덜 찾는지 그 동물이 양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속도로 강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아담은 그의 아버지 뒤를 쫓았고 아버지는 양을 쫓았다.
강물에 도착한 양은 그대로 물 속에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뛰어들었고 헤엄쳐 건너편 육지에 다다르자 다시 미쳐 날뛰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며칠 후 그 숫양은 풀숲에서 발견되었는데 아담의 말에 의하면 양의 몸 전체가 고자리 떼들로 덮여 굼실굼실 움칠대며 구불거려 처음엔 양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가엾은 숫양의 못된 성질은 숫양 탓이 아닌 항문 속에 알을 깐 쇠파리들에 의한 내장을 갉아먹는 몸 속의 고자리 탓이었던 것이다.
아담의 양들 중에 또 샨텔이 잊지 못할 가엾고 슬픈 사연을 가진 양이 있었다.
`슬픔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양은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슬프다못해 안쓰러운 모습을 한 양이었다. 간 속에 벌레가 생겨 간을 갉아먹는 병에 걸린 슬픔이는 수척하다못해 보기 흉할 정도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양이었다. 털이라도 복스럽게 났더라면 그런 모습을 감출 수도 있었으련만 무슨 피부병인지 아니면 그것도 간 탓인지 털까지 뭉턱 뭉턱 빠져있어 더욱더 보기 민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다행이라고 할까 불행이라고 할까! 슬픔이도 겨울 동안 새끼를 가졌고 그것도 쌍둥이였다.
비쩍 마른 몸에 남들보다 두 배로 불러진 배를 한 슬픔이는 보기에도 우스꽝스러웠지만 슬픔이에게 그 해만큼이나 힘들고 잔인했던 임신 기간은 없었을 것이다.
목초 지에서 풀을 뜯고 있던 슬픔이는 발을 헛디뎌 넘어졌는데 무거운 배에 눌려 금방 일어 설 수가 없었다. 비척대며 바동거리는 가엾은 양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마귀 한 마리가 그의 왼쪽 눈을 쪼아가 버린 것이었다. 흉하게 부어오른 상처는 그곳이 눈이 있었던 곳이라는 흔적 정도만 남겨놓았고 이제 그렇게 한쪽 눈까지 잃은 그 양의 모습은 정말로 슬퍼 보이는 정도가 아니었다. 까마귀들은 늘 기회를 노렸다. 양들이 조금이라도 곤경에 빠져있기를 바라다, 기회가 오면 눈을 쪼아먹는 일은 그리 희귀한 일도 아니었다.
슬픔이의 슬픈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마리의 쌍둥이 아가 양이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한 마리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려 슬픔이를 슬프게 했다.
그래도 한 마리가 남아있어서 얼마동안은 다행이었다. 슬픔이의 새끼 양은 모든 양들 중에서 가장 예뻤다. 다른 양들의 보편적인 색깔이 약간의 회색 빛을 띤 흰색이라고 한다면 슬픔이의 아가 양은 검은빛을 띤 특이한 털이었다.
이제 슬픔이에게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그것도 양들 중에서 가장 예쁜 아가 양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하지만 행복의 맛만 보여주기로 한 불행의 장난이었는지 얼마 안 가서 그 예쁜 양도 도랑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슬픔이는 물에 빠져 죽은 새끼 양을 앞에 두고 절규하는 목소리로 하루종일 울부짖었었다. 슬픔이는 몇 개월 후 죽었고 죽기 전까지는 나도 예쁜 아기 양이 있었고 무척 사랑했었노라고 위로 삼으며 살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샨텔은 현재 자기 앞에 늘어선 수십 마리의 양떼들이 어찌 보면 모두 복제라도 한 것처럼 똑같은 모습을 한 것 같았지만 사람들의 얼굴이 제각기 다르듯 양들도 자기만의 얼굴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이놈 저놈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냄새로 확인되는 어미 양을 새끼 양들은 한번의 실수 없이 찾아가 젖을 빨며 쫓아다니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양떼들이 하나 둘 산텔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하자 음매 소리도 점점 크고 많아졌다.
샨텔은 양떼들을 뒤로하고 다시 코스트쪽을 향해 걸으며 심호흡을 했다.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는 언제나 막혔던 가슴을 뚫리게 해줬다. 그래서 답답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 발리마카우에 와서는 바다를 가장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절벽을 택해 산책하며 하루를 정리하곤 했다.
이곳에 서면 바다뿐 아니라 푸른 초원은 물론 하늘도 훨씬 더 선명하고 넓게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푹신거리는 길고도 가느다랗게 눕혀진 코스트 특유의 잔디는 스폰지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안락하기까지 했다.
샨텔은 얼마를 더 걷다가 공룡시대에 살았다던 시조새의 보금자리에 다다랐다. 그곳은 절벽에서 약간 돌출 돼 있는 부분의 작은 잔디밭이었는데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어 접시 형태를 한 오목한 곳이었다.
마치 시조새가 살았다면 틀림없이 그곳에 알을 품었을 것 같은 곳이어서 샨텔은 그곳을 시조새의 보금자리라고 이름 붙였다.
여름이면 샨텔은 샌드위치로 된 점심을 싸 가지고 와서는 이 보금자리에 누워 파아란 하늘과 솜사탕 같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흰 구름, 그 밑으로 비행하는 갈매기나 스파로 떼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절벽 아래 바위에서는 고등어 낚시를 하는 남자들의 환호 소리가 이따금씩 들리고 깊은 초록색 바다는 광택 칠을 한 것처럼 윤이 나기도 했다.
때론 저기가 정말 물로 된 바다일까 라는 의심이 갈 정도로 단단해 보이기도 하고, 초록색 비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워 누워보고 싶어질 때도 있었지만, 폭풍이 몰아치는 날이면 정말 성난 마왕처럼 미처 날뛰며 엄청난 힘과 함께 성난 마왕이나 낼 법한 고함소리를 내기도 했다.
바다는 낭만이며 잔인한 괴물이기도 한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샨텔은 생각했다.
육지보다 바다가 좋아 바다에서 살고싶어했던 착한 시골 어부들도 바다는 아랑곳하지 않고 종종 삼켜버렸고 시체조차도 돌려주지 않았다.
한때는 샨텔도 그런 바다가 미웠고 한동안 바다를 보는것조차도 싫어했었지만 바다는 자연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인정하기도 했다.
시조새의 보금자리는 말 그대로 아늑했다.
푹신푹신한 잔디에 눕는 순간 잔디들로부터 안기는 느낌이 들어 어떤 땐 너무 편안해서 잠이 들었다가 벌겋게 얼굴이 탓 던 적도 있었다.
이젠 샨텔의 보금자리가 돼 버린 그곳을 바라보며 그녀는 시조새가 멸종 된 건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샨텔은 여름을 생각하자 더없이 여름이 기다려졌다.
하늘을 붉게 물들여놓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해를 보며 샨텔은 배고픔과 한기를 느꼈다. 그러나 집으로 향하는 샨텔의 발걸음과 마음은 이미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이렇게 산책을 나온 것은 잘 한 일이었다. 그리고 좀 전 시내에서 있었던 기분과는 정 반대인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로는 너무 빈약하기만 한 그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한없이 고마웠다.
내륙지방인 템플모어에서 태어나고 자란 샨텔은 바다가 보이는 그런 전원에서 살기를 바랬었다.
아일랜드 내에서의 도시란 더블린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도시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시골 전원과 밀접해 있었고 원한다면 언제든 바다와 초원을 즐길 수 있는 출구는 얼마든지 있었다.
사실 그것은 수도인 더블린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샨텔의 어머니 로지는 영국의 만체스터 시내에서 태어나 결혼하기 바로 전 까지 그곳에서 생활한 도시 여자였다.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마을 템플모어에 신혼 살림을 차린 어머니 로지는 처음엔 이 작은 동네의 적응을 무척이나 힘들어했다. 변화를 싫어하는 로지에겐 그건 힘든 삶의 시작이었으나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싫으나 좋으나 점점 익숙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환경에 익숙해 질 수 있다는 건 인간이 가진 큰 장점중에 하나였다.
샨텔은 워터포드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워터포드 교외로 둘러 쌓인 바다에 처음부터 매력을 느꼈다.
인생의 가장 철이 없어 위험하지만 또한 가장 아름다운 젊은 대학 생활을 자유 분만하게 누릴 때쯤 샨텔도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고 젊은 나이만큼이나 정열적이고 정욕적인 사랑을 했었다.
샨텔은 티모티를 제외한 삶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그는 샨텔의 모든 것이었고 신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샨텔은 의아해 했었다. 티모티를 알기 전엔 무슨 의미를 두고 살았던가 하고.
티모티같은 남자가 자기를 사랑해 준다는 것에 황홀해했고 학교 친구들도 그런 샨텔을 알게 모르게 부러워하기도 했다.
티모티를 위해 그가 기뻐할 일들을 생각해내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며 오로지 그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시간에 기뻐하고 행복해하다 오히려 불안 해 하고 가슴아파 하기도 했었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었다.
보름달이 아주 커다랗고 환하게 떠 어지간한 흐린 대낮만큼이나 환한 그런 밤이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샨텔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곤 했다.
보름달에 관한,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이야기도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정말 멀쩡한 사람이 밤사이에 늑대로 변하는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바다는 물론 온갖 짐승들에게도 약간씩의 변화가 온다는 건 일찍이 알려진 사실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개만 보아도 밤새 달을 보고 소름 돋는 소리를 낸다거나, 정신병원의 환자들은 유독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한다.
원래 달(moon)이라는 뜻의 라틴어는 루나(luna)이고 영어에서도 미친 사람을 루나틱(lunatic) 이라고 불렀다.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일수록 티모티의 모습도 점점 헤벼져 확대되어 다가오자 샨텔은 끝내는 이불을 제치고 벌떡 일어나 버렸다.
잠 못 이루는 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 사랑의 대상이 가까운 곳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자 샨텔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불같은 욕망이 솟구침을 느꼈다. 샨텔은 지금 당장 티모티를 만나야했고 사랑을 해야만했다.
그렇게 본능이 가져다 준 다짐을 하는 건 무척 쉬운 일이었고, 그 다짐을 실천하기에 앞서 그녀는 약간의 화장과 야들리 향수를 귀 볼과 목에 발랐다.
단숨에 그의 아파트 앞에 도착한 샨텔은 헐떡이는 숨을 연거푸 내뱉으며 가다듬은 다음 그가 복사해준 열쇠를 조심스레 꺼내 문을 열었다.
이왕이면 깜짝 놀래 주고 싶었다.
현관문을 살그머니 닫고 나니 그의 방에서 희미한 불빛과 함께 라벨의 볼레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나의 티모티도 아직까지 잠을 못 이루고 있었구나, 그도 내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하자 산텔의 가슴은 터질 것처럼 부풀어오르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빼꼼이 열어진 방문을 살그머니 그리고 넓게 열었다.
이제 열어제친 문 앞에 서서 티모티가 누워있는 침대를 바라본 샨텔은 그대로 얼어버린 사람처럼 한참 동안이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누가 샨텔의 그런 모습을 보았더라면 귀신이라도 보았느냐고 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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