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일랜드 워터포드에 살고 있는 허 신영 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아일랜드가 아이슬랜드인줄 알고 있거나 영국 땅의 한 일부분 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알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한국에선 그만큼 아일랜드에 관한 정보가 쉽지만 은 않으니까요.
제가 이곳에 처음 오기 전 만 해도 저 역시 아일랜드는 처음 들어봤었거든요.
하긴 지리시간에 졸지만 않았어도 들어본 이름이었다고 말했을라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지구본을 놓고 보면 한국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놓여있어서 비행기타고 위로 날으나, 옆으로 날으나, 밑으로 날으나 거의 별 차이가 없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정말 그렇게 날아보고 시간 재보진 않았지만요. 그렇게 해 보신 분 있으면 제게 알려 주세요.
유럽에서는 가장 서쪽 끝에 위치한 나라여서 아틀란틱에서 몰려오는 비구름은 옹골지게 이곳 아일랜드가 다 받아내기 때문에 항상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과 우중충한 날씨가 많기도 한 나라구요. 그렇게 비구름은 영국을 거쳐 프랑스와 그 밑으로 스페인 그 다음 아프리카까지 도착하면 그 비구름은 그동안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다 쏟아낸 후라 아프리카에서는 쏟을 구름조각이 없어 가뭄 때문에 야단이죠. 생각 같아선 이곳 아일랜드에 적당히 뿌리고 아껴놨다가 스페인이나 아프리카에 촉촉이 뿌려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안그래요?
어떤 땐 이런 생각도 들 때가 있어요. 아주 거대한 (Big Huge and Massive) 포크레인 같은 게 있어서 이 작은 땅덩이를 살짝 들어올려 스페인 옆에다 옮겨 놔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요. 별스런 상상을 다 한다구요? 맞았어요. 그렇찮아도 내 남편 데이빗은 나를 Dreamer라고 불러요.
어쨌거나 그 정도로 날씨가 안좋으냐구요?
으음. 글쎄요. 촉촉한 날씨 덕분에 항상 푸르디푸른 초원과 목초지가 있어 아름다운 나라임은 틀림없어요.
물론 일년 365일 비만 오는 건 아니고 300일 정도는 비가 오고 60일 정도는 흐리고 5일 정도는 가랑비가 내린다고 데이빗은 날씨를 비꼬아서 말하기도 하지만 뭐 꼭 그렇게 비만 오는 건 아니에요. 지난주는 정말 화려할 만큼 화창한 날씨여서 나와 우리아이들은 하루종일 정원에서 뒹굴었었어요. 사과나무와 배나무, 체리, 라즈베리 등등에 핀 꽃잎들을 바라보고 거기서 열심히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바쁘게 움직이는 벌들도 보고 화단에 핀 아프리칸 데이지 꽃들과 제라니움 옆에서 잔디밭에 앉아 홍차를 마시기도 하며 보냈었거든요.
사실 꽃도 꽃이지만 그 옆에 내가 가꿔놓은 한국 채소들한테 더 신경이 가긴 해요.
부추도 잘 자라고 배추, 무우, 갓, (상추씨는 뿌렸는데 소식이 없어요) 오이들이 햇볕을 받아 쑥쑥 자라는 모습이 그렇게 신통하고 옹골질 수가 없어요. 겨우 손바닥만하게 갈아놓은 밭이지만 그래서 자라는 채소들도 몇 개 안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요. 오늘은 어지간히 자란 어린 배추들을 솎아내서 상추쌈처럼 싸 먹었거든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호박씨까서 한 입에 넣기라는.
호박씨 까본 기억 있으세요? 작고 미끌어지고해서 까기가 꽤 시간 걸리는데 그거 다 까서 한 주먹 만들어놓고 한 입에 털어 넣어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먹을 땐 좋겠지만 얼마나 허망해요. 글쎄 내가 그짝이었다니까요.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싹이 나기를 고대하며 하루에도 두세 번씩 들여다보곤 하다가 드디어 싹이 돋고 자라는 동안 슬러그(Slug,관철충이라고 하나요?)들과 싸우며 지켜 어느 정도 겨우 자라니까 뽑아서 쌈 싸 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호박씨까서 한 입에 넣기라는 말이 안나오게 생겼어요?
그나저나 우리 한국 사람들은 어디가나 어쩔 수 없어요.
얘기하다 보면 꼭 먹는 얘기로 끝이 나거든요. 나처럼. 그리고 꼭 어딜 관광 가더라도 그저 먹을만한 게 없나 살피거든요! 예를 들어 제 엄마가 오셨을 때만 해도 그래요. 넓게 펼쳐진 초원을 산책가면 꼭 고사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 "야 고사리가 천지다 따가서 말렸다 먹자" 아니면 바닷가로 모시고 가면 "야 우렁이 시들어지게 많다. 이걸로 된장찌개 해 먹자" 폭포수가 있는 경치 좋은 곳에서는 "야 여름에 오면 이곳에서 고기 구워먹고 여기 폭포물에 수박 담아놓고 먹으면 시원하겠다"
등등 많아요. 이 글을 읽으며 웃으시는 분 계시다면 내 말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번쯤 경험들이 있으신 분 들 일꺼예요.
우리 한국 사람들 어디 놀러가자 하면 꼭 먹을 것부터 챙기잖아요.
먹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내가 독일인과 이곳 아이리쉬를 저녁식사(물론 한국음식)에 초대해 한참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무슨 얘기 끝에 내가 용감하게 말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Food)"이라고 했더니 이 두 양반들이 나를 미개인 쳐다보듯 보면서 웃는 거예요.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느냐구요.
물론 그 사람들 생각에는 사랑이니 진실이니 존엄성이니 등등을 꼽고 있었겠죠. 내가 초대한 손님들이 내 말에 황당히 놀라서 쳐다보는 바람에 나도 좀 당황하긴 했지
만 내 집에서 내 입 가지고 내가 말하겠다는데 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살아 숨쉬는 목숨이라는 것도 먹지 못하면 죽게 돼있고 죽으면 만사가 다 소용없는 일, 아프리카의 수백만의 인구가 기아상태에 놓인 것도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임은 제쳐두고라도 풍족하다는 이곳에서도 제대로 영양보충을 해 건강한 사람이어야만 건강한 정신이 들게 돼있는 것이고 그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기본으로 한 다음에야 지성이니 지식이니가 따르는 법 아니겠는가, 고로 음식이란 가장 기본이 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라구요.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대며 맞는 말 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맞다고 생각했는지 주인에 대한 예의상 끄덕대 준건지는 몰라도요. 아무튼 한국인답게 우리 열심히 먹을 것 챙겨서 한창 날씨 좋은 이때 밖으로 나갑시다. 산에 가서 고기 구워 먹다가 산불내지 않도록 조심하시구요.
오늘은 이만 안녕 인사를 고해야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죠.
워터포드, 아일랜드에서 허 신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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